※①편 "추락 속에도 기회는 있더라"에 이어 계속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허도환은 넥센 투수진이 가장 선호하는 포수다. 시즌 초 브랜든 나이트만 전담했으나 어느덧 다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복귀는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대 팀 타선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약점을 고치려 애쓴다. 특유 소탈한 성격으로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영업 비밀을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허도환과 일문일답
실제로 올 시즌 도루 저지가 꽤 좋아졌다.
나쁘지 않았는데 한 달 전부터 오점을 남겼다. 잠을 잘못 잔 탓인지 한동안 어깨에 담이 왔다. 경기 전엔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경기 중반만 되면 생각만큼 팔이 잘 올라가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다시 괜찮아졌다. 지난 시즌 도루를 적잖게 내준 건 어깨 통증 탓이 컸다.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올해는 그 때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평소 상대 타자들을 끊임없이 분석한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휘하는 것 아닐까.
쑥스럽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구단 분석원들과 얘기를 자주 나누고 있다. 그라운드에서의 느낌과 경기장 밖에서 드러나는 객관적 데이터가 다를 수 있으니까. 브리핑 등을 통해 교류를 자주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잘 분석하면 투수들과 돈독한 신뢰도 쌓을 수 있다. 나를 많이 믿어주는 투수들에게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게 투수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인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교류를 많이 갖다 보니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마운드에서 젊은 친구들에겐 웬만하면 쓴 소리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 긴장을 하기 때문에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한다. 베테랑들에겐 강하게 한두 마디만 한다. 경험이 많아 그 정도면 충분히 내 의도를 알아챈다.
특히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시즌 전부터 전담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거의 대부분의 승리를 합작했다. 그래서 내게 좋은 느낌을 가지는 듯하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웃음). 나이트와는 정말 호흡이 잘 맞는다. 1년을 함께 한 까닭인지 사인이 맞지 않아도 바로 능숙하게 포구 자세를 바꿀 수 있다. 영어를 따로 공부하고 있어 의사소통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마운드에 올라가는 타이밍도 굉장히 좋아졌다.
이강철 수석코치와 김동수 배터리코치가 적절한 타이밍에서 사인을 해준다. 투수들이 화를 내거나 당황할 기색이 역력할 땐 스스로 올라가기도 하고. 투수의 마음에 여유를 주는 건 매우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투수 리드도 많이 향상됐단 평인데.
아직은 멀었다. 경험이 중요하단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이제 알아가는 단계다. 리드를 잘하기로 소문난 롯데의 강민호나 삼성의 진갑용 선배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김동수 코치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고.
실력이 향상된 덕인지 지난 시즌 생긴 몸 개그 이미지가 싹 사라졌다.
그런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올 시즌에도 두 번 정도 보여준 것 같은데(웃음). 나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하면 뭐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지난해 3루까지 뛰는 게 아니었는데.
* 편집자 주 : 허도환은 지난해 4월 24일 LG전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치고 3루까지 내달리다 베이스 앞에서 넘어져 태그 아웃됐다.
어쨌든 3루 태그아웃 하나로 상당한 유명세를 탔다.
요새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긴 한다. 가령 장을 보러 마트에 가면 많은 분들이 악수를 요청한다. 사인을 해달란 경우는 거의 없다. 넥센 팬이 아니었나 보다(웃음).
올해 넥센의 성적을 어떻게 예상하나.
역대 30승을 선착한 대부분의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고 들었다.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목표를 이룰 것 같다. 지난 시즌 실패를 겪으며 선수단이 많은 걸 배웠다. 최근 연패도 잘 이겨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목표 달성에서 포수의 역할이 꽤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꼭 밟아보고 싶다. 넥센의 역사를 새로 쓰는 그날을 위해 많이 응원해 달라.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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