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최강희 감독이 결국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빈자리를 채울 인물로는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축구 A대표팀이 18일 오후 9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이란에 0-1로 졌다. 4승2무2패(승점 14)를 기록한 한국은 우즈벡(승점 14)을 골득실(한국 +6, 우즈벡 +5)로 간신히 제치고 이란(승점 16)에 이어 조 2위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본선 진출과 별개로 최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예고된 이별이었다. 지난 2011년 12월 부임 당시 일찌감치 "내 임기는 최종예선까지"라고 못을 박았다. 심지어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며 "본선에서의 성과를 위해선 외국인 지도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도는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임 의사를 넌지시 비쳤지만 최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과 불화설까지 겹치며 여론도 부정적으로 흘렀다. 이날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본선에 진출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 패배에 대해선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사실상 사임의사를 밝혔다.
협회는 일단 19일 중으로 정몽규 회장이 최 감독을 만난다. 유임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하는 자리. 뒤늦게 말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협회는 의사 확인 뒤 바로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본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데다, 당장 7월 말 동아시아축구대회를 앞둔 까닭이다. 빠르면 이주 내로 기술위원회를 소집, 새로운 감독 선임을 마칠 계획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홍명보다. 2009 U-20(20세 이하) 월드컵 8강,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을 통해 지도력을 입증 받았다. 국내 선수 면면을 파악하는 수고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일각에선 홍 전 감독이 사실상 내정됐단 시선을 보낸다. 그에게 브라질월드컵만 맡기는 것이 아닌,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내다본 장기계약이 추진 중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호곤 울산 감독도 물망에 올랐다. 스스로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의지가 강한데다, 지난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4 아테네올림픽 8강 등의 성과를 올려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꼽힌다. 김 감독은 과거 협회 전무를 맡은 경험도 있어 대표팀-협회간의 긴밀한 공조도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어있다.
외국인 감독 중에선 세뇰 귀네슈(터키) 감독이 후보군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터키 대표팀을 3위에 올려놓은 명장이다. 2007년부터 3년간 FC서울 사령탑도 역임하며 이청용·기성용 등을 발굴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 신변도 자유롭다. 그러나 서울 시절 한 차례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고,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성적을 남겨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평도 함께 듣고 있다.
이 외에도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프랑크 레이카르트(이상 네덜란드), 마르셀로 비엘사(아르헨티나) 감독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성사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선수 파악에 많은 시간이 든단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거론된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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