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임직원에게 항상 강조하는 사자성어요? 바로 이겁니다."
최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와 만난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흰 종이에 多多益善(다다익선)을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란 의미를 품고 있는 이 사자성어를 그는 다르게 해석한다.
대뜸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유방과 한신의 대화를 꺼내며 다다익선의 참뜻을 알려면 이 대화에 담긴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조직에서의 다다익선은 임직원 수가 단순히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많은 임직원들이 활발히 소통해서 정보력이 많아져야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며 리더는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많은 정보력이 모여 성공적인 집단지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임직원 간 활발한 소통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임직원들을 통솔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그는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삼성전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최 사장은 이 같은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소통경영을 활발히 펼쳐오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CEO블로그에 CEO레터를 쓰고 지난해부턴 산행을 통해 임직원과 화합을 다지고 있다. 책상형 CEO가 아닌 딱 현장체질인 그는 주말 출근 사실을 비서에게 조차 알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본인의 출근 사실이 임직원 귀에 들어가면 임직원들도 덩달아 주말 출근을 할까봐서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필리핀 태국 등 해외법인을 열심히 드나드는 그는 특히 삼성전기 임직원(약2만6000명)의 35%가 몰려있는 중국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분기마다 중국 법인을 찾아 현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CEO 강연을 열고 함께 산에 오른다. 그는 지난 3월에 이어 5월에도 중국 동관법인, 천진(빈해, 고신)법인, 쿤산법인을 잇따라 방문, 임직원 50명과 저녁 식사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통역 없이 중국어 강연이 가능할 정도로 중국어에 능통한 최 사장이 유독 중국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이곳이 천진, 고신, 동관, 쿤산에 4개 생산법인을 둔 핵심 생산기지이자 삼성전기의 최대 판매처이기 때문이다. 2002년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은 14%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0%로 상승했다.CEO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낙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임직원과 소통하기 위해 중국은 거의 매 분기마다 방문한다"며 "등산뿐 아니라 CEO 소통포럼, 현장 경영 등 다양한 소통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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