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CEO 일괄 사의로 재신임 물어…부서·인력 등 조직개편 크게 바뀔 듯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우리금융이 오는 14일 이순우 신임 회장의 취임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우리은행과 지주의 임원에 이어 각 자회사 대표들도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새 회장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고 재신임을 묻기 위한 절차로 해석되지만 적지 않은 규모의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2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계속해서 사의를 밝히고 있다. 박영빈 경남은행장과 정현진 우리카드 사장을 비롯해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 김하중 우리금융저축은행 행장, 황록 우리파이낸셜 사장, 허덕신 우리에프앤아이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송기진 광주은행장이 10일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주요 자회사 CEO들도 동참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 본부 임원 30여명과 우리금융지주 임원 18명도 사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14일 취임하는 이순우 신임 우리금융 회장에게 재신임을 묻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현진 사장과 황록 사장 등은 올해 3월 선임돼 임기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지만 이순우 회장 내정자에게 재신임을 묻기 위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안 남은 CEO의 경우엔 물러날 시점을 선택한 것이겠지만 임기가 많이 남거나 최근에 취임한 CEO들은 재신임을 묻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금융 안팎에선 절반 이상의 자회사 CEO들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회장이 바뀌고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는 방식의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기와 관계없이 이를 함께 추진하기 적합한 CEO로 일부가 바뀌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내정자는 지주의 17개 부서를 10개 안팎으로 축소하고 인력도 100명 미만으로 줄이는 조직 개편 작업을 추진하는 등 대규모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도 "선별적으로 재신임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누가 교체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교체가 유력한 인사와 사표가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인사에 대한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자회사의 경우 대표가 바뀌면 후속 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내정자는 이 같이 뒤숭숭한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14일 회장으로 취임한 후 자회사 사장단 인사부터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새로 선임하는 자회사 CEO의 임기를 이 내정자와 동일하게 2014년 12월30일까지로 정할 방침이다. 이 내정자는 "계열사 인사는 빠른 시일 내에 하는게 맞고, 반드시 전문성 가진 분이 CEO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철현 기자 kc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