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재편 · 구조조정 후폭풍
4대 금융지주 체제 종식...KB금융이 인수땐 리딩뱅크로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금융권 빅뱅'의 첫 단추는 우리금융 민영화다. 당장 자산 400조원으로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우리금융이 분리 매각되면 KB, 하나, 신한 등과 구축했던 4대 금융지주 체제가 해체된다. 또한 KB금융이 우리은행을 인수해 '메가뱅크'를 만든다면 금융권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KB는 70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규모를 갖춘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도약하면서 금융시장 재편의 중심축으로 서게 된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지분 매각과 관련, 우리금융의 13개 자회사 중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을 분리해 예금보험공사가 파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투자증권 등도 따로 팔고 이후에 나머지 자회사와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분리 매각 방식이다. 우리금융은 이를 위해 조만간 지방은행을 분리하는 인적분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인적분할 방식은 56.97%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도 정부가 매각 작업을 주도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지방은행 특성상 다른 지역의 경쟁은행으로 매각되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각이 불발되면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 예보 산하에 남게 된다는 점도 지방은행 국유화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지방은행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져도 이후 우리투자증권 등 은행과 별도로 팔기로 한 다른 자회사는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뚜렷하게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세운 인적분할 방식은 계획대로 되면 효율적인 민영화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걸림돌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아예 직을 걸었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내정자, 임영록 KB금융 회장 내정자 등 지주회장 인선도 민영화에 초점을 맞췄다. 민영화 과정에서 정작 큰 문제는 우리은행이다. KB금융이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인수 후 국민은행과 합쳐 '메가뱅크'로 갈 수 있을지, 아니면 금융지주 밑에 두 개의 은행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투뱅크'가 될 지 여러 시나리오가 대두된다. 우선은 단기간에 두 은행이 하나의 은행으로 합쳐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고 소비자금융에 특화된 국민은행과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은행이 특화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뱅크 체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메가뱅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진용도 갖춰졌고 공적자금 회수라는 명분도 충분하지만 조직 내부의 반발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남은 과제다. 자칫 빨리 파는 것에만 집중하다 우리금융이나 KB금융 내부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만의 목소리를 다독이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우선 매각 대상인 우리금융 내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인수ㆍ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국민은행과 합병되면 지점 수만 2000여 개에 달해 최대 1만 명이 구조조정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메가뱅크 출현만큼이나 금융권에 '빅뱅'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논리로 보면 최고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방법이 우선인데 어떻게 하더라도 불만과 문제 제기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러 의미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금융권이 일대 변화를 겪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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