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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뒤통수 치기'에 개미 회사채 잔혹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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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건설, 웅진홀딩스, STX팬오션 등 되풀이 되는 낭패

법정관리 '뒤통수 치기'에 개미 회사채 잔혹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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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자본시장에서 작고 힘없는 존재라서 '개미'라고 부른다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다. 개인투자자들이 법정관리 신청 기업들이 발행했던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경영권을 법원에 떠넘기는 결정을 하기 불과 몇 개월전 발행한 회사채에도 개미들이 몰렸다가 '잔혹한 패배'를 맛봤다. 고금리를 좆는 투자자 마인드도 문제지만, 발행회사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증권사과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은 불과 3개월 전 무보증 회사채 1000억원을 정상 발행했다. 규정에 맞춰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고 대표주관 증권사로부터 기업실사도 받았다. 신용평가기관은 투자등급인 'BBB+'를 부여했다. 이렇게 발행된 회사채는 대부분 개인을 비롯한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STX팬오션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알고 있었지만 증권사는 "산업은행이 뒤에 있다"며 회사채 인수를 부추겼다. 여차하면 산은이 인수할 예정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꼬드김이었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개인이 투자 정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증권사 직원의 '적극 추천' 앞에 개인은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발행된 회사채도, 지지난해 회사채도 비슷하게 팔려나갔다. 현재 STX팬오션 회사채 잔액 1조1000억원 중 일반투자자 비중은 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개인이 보유한 규모만 최소 1200억원 이상이다.

개인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회사채에 자금을 덥썩 넣은 건 다른 데서는 찾기 힘든 고금리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며 개인은 고금리 상품에 눈을 돌렸다. BBB급 이하 회사채는 최소 6~8%대 금리를 내세우며 개인을 유혹한다. 지난 3월 STX팬오션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6.80%였다. 시중 예금금리의 배 이상이다.


기업이 느닷없이 법정관리를 발표하고 뒤이어 개인 투자자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은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1년에는 대한해운과 LIG건설이 그랬고, 지난해는 웅진홀딩스가 대상이었다. LIG건설은 기업어음(CP) 242억원을 발행한 뒤 열흘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 시장을 경악케 했다. 이미 CP는 증권사를 통해 시중에 판매완료된 상황이었다. 대한해운은 투자등급인 BBB급에서 전격 법정관리를 발표, D급으로 추락했다. 당시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분담율은 90%에 달했다.


웅진홀딩스는 우량등급인 A급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해 시장을 분노케 했다. 법정관리 신청 전 회사채 2600억원, CP 1000억원 등 수천억원을 시장에서 끌어모았다. "A등급 기업에게 설마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말만 믿고 투자를 결정했던 개인은 원금의 70%를 현금으로 돌려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종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무보증 회사채 투자자는 변제 순위에서 최후위로 밀린다"며 "STX팬오션도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투자금의 절반도 못 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발행사와 증권사가 회사채 투자의 위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잃으면 점차 투자 수요가 줄어들어 결국 발행사와 증권사에게 타격이 돌아갈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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