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악재..'제2 웅진사태'는 No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웅진 사태와 같은 회사채 시장 쇼크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 악재는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지난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갑작스레 법정관리를 신청, 시장을 패닉에 빠뜨렸다. 특히 당시 신용등급 A급으로 우량기업으로 분류되던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회사채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BBB급 이하 기업들이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관 투자자들이 안전한 회사채를 고집하자 BBB급 이하로는 투자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 신용등급이 B급으로 소위 '정크본드'로 불리는 투기등급에 속해 있었다. 지난해까지 BBB급으로 투자등급이던 STX팬오션은 최근 그룹 전반적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되며 신용등급이 꾸준히 강등돼 왔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웅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히 컸다"며 "STX팬오션은 경영상황이 안 좋은 점을 시장이 인지하고 있었던 터라 웅진사태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STX팬오션이 속한 해운업종은 법정관리 여파를 비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TX팬오션은 업계 3위 기업이었기에 다른 업종 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도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2011년 대한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당시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분담율이 90%에 달했던 만큼, 해운업종 회사채 기피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편 STX회사채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TX팬오션 회사채 잔액 1조1000억원 중 9000억원가량이 개인을 비롯한 일반투자자에게 판매됐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손실비중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정해지지만, 최근 선가가 하락한 상황인 점 등을 감안하면 손실분담액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STX팬오션은 용선료채권을 출자전환 등의 방식으로 상환부담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손실분담율이 대한해운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대략 50%정도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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