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옥택연 출연 '남주의 첫날밤' 논란
KBS 드라마 제작진이 촬영을 위한 소품을 설치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을 훼손했다는 목격담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건축가 민서홍씨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병산서원에 들렀다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며 "공영방송이 드라마 촬영을 목적으로 나무 기둥에 못을 박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 차량과 스태프로 보이는 이들이 서원 기둥에 등을 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2일 민씨는 더 구체적인 목격담을 전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병산서원에 들렀다"며 "주차장 인근에는 KBS 드라마 촬영 차량 약 7대의 버스와 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많은 스태프가 분주히 오가는 것을 봤고, 입구에 다다르고 나서야 병산서원이 촬영장임을 알게 됐다"며 해당 상황을 목격하게 된 정황을 설명했다. 이어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소중한 문화재이기에 조금은 불쾌한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섰다"고 했다.
민씨는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며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자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고,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라며 적반하장으로 성을 냈다고 주장했다.
민씨는 이후 직접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촬영 허가를 내줬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드라마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는데 이 사실은 알고 있느냐, 문화재를 훼손해도 좋다고 허가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그제야 당황한 공무원은 당장 철거 지시하겠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민씨는 다음날인 12월 31일 시청 측의 조치가 이뤄졌는지 문의했지만, 담당 공무원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촬영은 계획대로 진행됐고, 관리사무실에 연락했다"는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초 신고했을 때 적어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상황을 확인하고 사후관리하기를 바랐지만, 역시 충분한 조치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드라마 제작진의 문화유산 훼손 의혹과 관련해 KBS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다.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며 사과했다.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로맨스 소설 속 단역의 몸에 깃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로맨스 판타지물이다. 배우 서현, 옥택연, 권한솔, 서범준 등이 출연하며 올해 방영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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