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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현충일, 충(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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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문명의 찬란한 빛은 주로 그 철학과 문화, 그리고 민주정에서 온 것이지만 그 영광의 이면에는 군사적 강국이었다는 점이 있었다. 우리는 인구 수만, 수십만명에 불과한 도시국가들이었던 그리스가 마라톤과 살라미스에서 막강한 페르시아군을 격퇴함으로써 세계 전쟁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을 흔히 군사적 기적으로 찬탄을 보내지만 사실 그 승리는 결코 기적이나 행운이 아닌 뛰어난 전술과 작전 운용의 승리였다.


그러나 그리스 군사력의 위용은 사실 창과 칼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건 무엇보다 그 민주주의 발전과 함께 이뤄진 것이었다. 그리스의 '중무장 보병'은 정치제도에서의 민주주의 원리를 군사제도에 구현한 것이었다. 시민들이 대등하게 참여하는 민주주의적 원리에 의한 시민군대가 강군(强軍)의 요체였다. 민주주의가 애국심을 낳았고, 애국심이 용맹과 탁월한 전술을 낳았으며, 그 지략과 용맹이 강군을 만든 것이었으니, 결국 이는 군사적인 측면을 넘어선 그리스 민주정의 산물이었으며 자주적 시민들에 의한 저력의 총화였다.

그러고 보면 이는 공자가 말했던 대로 부강한 나라는 족병(足兵) 이전에 족식(足食)이며, 족식 이전에 백성의 신뢰(民無信不立)라고 했던 것과도 다르지 않은 얘기일 것이다. 전쟁과 군사, 국방은 결국 병력과 무기 이전에 나라에 대한 믿음의 문제이며 신뢰의 문제인 것이다. 아테네의 시민들처럼 법적 의무 이전에 자기소명의 문제이며, '무명소졸'들로 하여금 자랑스러운 나라를 지켜야 할 이유, 무기를 들어야 할 이유, 기꺼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칠 진정한 이유, 그 자기확신을 갖느냐의 문제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오늘, 우리에게 그 이유가 얼마나 확고한지를 생각해 본다. 변변찮은 무기였지만 그 기백과 의기는 드높기 그지없었던 독립군보다 수십조원을 쓰는 우리 국방의 성채는 얼마나 견고할까를 생각해 본다. 예컨대 일본군이 아닌 독립투사들에 대해 무서운 호랑이로 통했던 이를 용장으로 찬양하는 터무니없는 현실에서 과연 현충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충(忠)을 드러내는 것, 현충은 무엇보다 '충'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오해받고 왜곡돼 있는 '충'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듯하다. 충은 나라에 대한 일방적인 복종과 헌신이 아니며 오히려 나라가 국민에 대해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묻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무명용사들에 대한 산 자들의 의무가 돼야 할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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