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대회에서 선수가 친 공이 갤러리 쪽으로 날아가면 '포어'를 외친다.
국내에서는 공이 날아가는 지점에 있는 전방의 플레이어나 코스에서 작업 중인 인부 등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볼'이라고 소리 지른다. 정확한 표현은 '포어(Fore)'라는 이야기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골프규칙을 번역하면서 '포어'를 '볼'로 번역해서다. 골프규칙 '제1장 에티켓: 코스에서의 행동' 중 '안전'에 관한 설명이다. "(전략)'볼'이라고 외치는 것이다"라고 했다.
국제적인 용어 '포어'를 어차피 우리말도 아닌 '볼'로 굳이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가는 대목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식 발음으로 '화아'라고 한다. 1881년에 기술된 영국 골프박물관의 한 책자에 보면 '포어'는 원래 군사용어였다. 'look out before' 또는 'beware before', '앞을 조심하라'는 말인데 before에서 be를 뺀 말이다. 포병이 적군에게 포탄을 쏠 때 앞쪽의 아군들에게 "포탄이 날아가니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다.
'Beware your forehead' 즉 '당신 이마를 주의하시오'에서 forehead의 앞부분 fore에서 유래됐다는 주장도 있다. 또 볼이 떨어진다 해서 'fall'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정식 용어도 아니다. 다른 용어로는 '룩 아웃(Look out)' 또는 '덕(Duck)'이라고 한다. '오리처럼 숙이고 머리를 감싸라 (Duck and cover your head)'의 첫 단어를 따온 것이다.
만약 앞쪽 팀에 여성골퍼들이 라운드를 하는데 뒤쪽 팀의 남성 골퍼가 '포어'라고 외친다는 것이 f발음을 잘못해서 '호어(whore)'라고 했다면? 전혀 다른 의미인 '몸을 파는 창녀'라는 뜻이다. 여성골퍼들로부터 당연히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이 두 단어를 구분해 정확하게 발음하는 일이 참으로 어렵다. 또 이 말에 인색하기도 하다. 타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꼭 외쳐야 하는 말이니 기억해두자.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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