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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구로다에 얽힌 세 가지 미스터리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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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구로다에 얽힌 세 가지 미스터리① 구로다 히로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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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양키스의 일본인 투수 구로다 히로키는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홈경기에서 또 한 번 호투를 뽐냈다. 8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6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1.99로 낮아졌다. 경기 뒤 일본기자들은 클럽하우스에 몰려들었다. 대부분이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넘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감이 없다. 있다 해도 다음 경기에서 부진하면 금방 사라진다. 늘 주눅이 든 상태에서 조심히 공을 던진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구로다는 2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에서 2이닝 5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부상 탓이 컸다. 2회 매니 마차도의 타구에 오른 종아리를 맞았다. 시즌 3패 속에 평균자책점은 2.67로 치솟았다. 부상 후유증은 없었다. 28일 뉴욕 메츠전에서 7이닝 4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선보였다. 그 사이 평균자책점은 2.39로 내려갔다. 슈퍼 루키 맷 하비(5승 무패 평균자책점 1.85)와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이날 경기는 마리아노 리베라가 블론세이브를 범해 메츠의 승리(2-1)로 끝났다. 리베라가 아웃 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남긴 건 생애 처음이었다.

다저 블루(Dodger Blue)에서 브롱스 폭격기(Bronx Bomber)로


구로다는 지난해 5월 27일 이후 전혀 다른 투수로 변했다. 31일 현재까지 1년여 동안 35경기에 선발 등판, 234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2.77을 남겼다. 같은 기간 2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두 번째로 낮다. 1위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로 2.41이다.


1년여 전만 해도 구로다는 코너에 몰렸었다. 시즌 개막 뒤 가진 9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4.56으로 부진했다. ‘왼손타자 천국’으로 불리는 양키스타디움 특유 속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구로다 영입이 실패가 아니냔 기자들의 질문에 조 지라디 감독은 “시즌은 길다”며 말을 아꼈다. 정답이었다. 구로다를 향한 지라디 감독의 신뢰는 어느덧 절대적으로 변했다.


“직구, 슬라이더, 스플리터 세 가지 구종이 모두 위력적이다. 무엇보다 등판 때마다 긴 이닝을 책임지며 불펜에 휴식을 제공한다. 구로다는 이미 지난해부터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다.”


[김성훈의 X-파일]구로다에 얽힌 세 가지 미스터리① 구로다 히로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두터운 신뢰를 보내는 건 지라디만이 아니다. 냉소적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뉴욕 언론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ESPN 뉴욕’의 키어랜 다르시와 월레스 매튜스 기자는 “사이영상 후보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올 시즌 양키스의 에이스로 C.C 사바시아(11경기 선발 72.2이닝 4승 4패 평균자책점 3.96) 대신 구로다를 손꼽는다.


현지 매체들이 성적 향상에 놀라워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 ▲오른손 투수에게 불리한 양키스타디움과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가 강타자들의 집결지란 점 ▲매년 직구 평균구속과 9이닝 당 탈삼진(K/9)이 줄어든단 점 등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만 36세 이후에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동양인 투수는 세 명뿐이다. 노모 히데오, 요시이 마사토, 박찬호다. 이들 가운데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선발 등판 횟수를 모두 합쳐도 37경기에 불과하다. 만 36세 이후 76경기에 선발 등판한 구로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는 양키스타디움, 펜웨이파크, 로저스센터, 캠든야드 등 타자친화형구장이 많다. 더구나 템파베이 레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들은 상당한 자금력을 자랑한다. 투고타저의 시대에도 강타자들은 여전히 즐비할 수밖에 없다. 구로다의 역투가 더욱 빛나는 이유다. 2000년 이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으로 한 시즌 200이닝 이상을 던지며 3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긴 만 35세 이상 투수는 마이크 무시나(2008년 201이닝 20승9패 평균자책점 3.37)와 구로다뿐이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호투는 더욱 놀랍다. 구로다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매년 직구 평균구속이 떨어지고 있다. 2009년 시속 148.9km였던 수치는 올 시즌 145.7km까지 내려갔다. 7월부터 구속이 오르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라고 해도 꾸준한 감소 추세다. 9이닝 당 탈삼진(K/9)도 다르지 않다. 2010년 7.29개로 커리어하이를 찍은 이후 매년 감소를 반복, 올 시즌 6.12개에 그치고 있다. 악조건 속에서도 구로다가 호투를 거듭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②편에서 계속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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