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빵만 먹는 그들
장거리엔 속수무책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증권사들이 유사한 사업구조를 영위하고 있는 원인은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경영진이 독창적인 사업을 추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기존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안정적인 경영을 원하기 때문이다.
위기가 찾아오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증권가에 리스크 테이커(Risk-taker)가 사라진 원인은 단기 실적 위주 인사와 그로 인한 임기 보장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상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저 실적을 기록한 증권업계에 거센 인사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 회장이 잇따라 퇴진하면서 산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바람 앞에 등불' 신세로 전락했다.
새롭게 금융지주 회장이 선임된 곳은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KDB금융지주 등이다. 때문에 조만간 이들 금융지주에 속한 증권사 CEO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김신 현대증권 사장마저 임기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임하면서 CEO 교체론은 업계 전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IBK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HMC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CEO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증권사들이 지난해 CEO를 선임했다. 업황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D증권 L 사장, H증권 L 사장, S증권 K 사장, M증권 B 사장 D증권 N 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이와는 반대로 장기간 한 명의 CEO가 연임하는 곳도 있다. H증권 Y 사장이 대표적인 예다. 2007년 부사장 선임 이후 최근 7년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CEO의 연임은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힐 정도로 자리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경영진들 위험보단 단기실적..독창적 사업 줄어
이들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 것은 바로 실적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실적에 의존하는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CEO의 임기가 짧아질수록 장기적인 계획수립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이라는 점을 꼽는다. 단기 실적에 매몰될 가능성이 크고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방어적인 실적 지키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 실적이 나쁘다고 CEO를 교체하면 독창적인 사업보다 내부조직 관리나 현 사업 유지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며 “CEO의 성적을 가르는 기준에 실적을 포함한 총체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진출이나 코넥스 출범 등 최근 증권시장이 급변하면서 긴 호흡의 성장동력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영업 확대로 대형사들이 보다 자본력이 요구되는 IB 부문에 집중해 고수익을 추구하게 된다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시장분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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