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롯데정보통신에 인수된 후 보상도 없이 감원.. 사측 "다른 일자리 찾아 알아서 나갔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이십년 넘게 회사를 위해 일했는데, 아무 보상도 대책도 없이 단지 일감이 없다고 무작정 회사를 나가라고 한다. 아무리 회사와 직원이 갑을 관계라지만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한 대기업 계열 정보통신업체가 직원들을 무더기로 정리해고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퇴사를 통보받은 직원들은 '급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는 상태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30일 현대정보기술의 전현직 직원들에 따르면 작년에 50여명의 직원이 정리해고되었으며, 다시 올해 6월까지 50명을 감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2월 롯데정보통신으로 인수된 현대정보기술은 인수 당시 3년간의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매각되었다. 당시 현대정보기술은 현대 계열사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중소기업으로서 활동했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대기업 계열사로의 인수로 고용이 보다 안정될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3년간의 고용승계 조건은 지켜지지 않았다. 작년 5월 회사가 청담동에서 가산디지털단지로 이동하면서부터 정리해고가 시작됐다.
회사가 내건 이유는 경영상의 어려움이었다. 인수 전엔 중소기업으로 취급받아 지하철, 도로 건설 등 각종 중소규모 공공사업을 수주받을 수 있었으나 인수 이후부터는 대기업 계열사로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가 아니면 발주를 받아 일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여기에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가 금지되면서 그룹내 자회사들로부터 들어오는 일감도 대폭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년간 회사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인수 이후 줄곧 매출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를 흑자로 빠르게 전환할 방법이 필요했고 그것이 직원을 감원하는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정리해고 대상 명단에 오른 한 직원은 "외환위기 때 회사경영이 극도로 어려웠지만 임원들이 함께 자신의 연봉을 깎아 고통을 동참하면서 정리해고는 피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며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로 당장 문을 닫을 지경도 아닌데 흑자 전환을 위해 무분별하게 직원을 해고하는 행위는 '갑'의 횡포"라고 말했다.
직원들에 따르면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었으며 모욕적인 언행과 함께 대상자 명단 공개를 통해 해고 대상자가 사내에서 '왕따' 당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아울러 퇴사한 직원들의 실업급여 신청도 회사 이미지를 위해 제한하겠다고 하는 등 다양한 압력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정리해고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인사팀장은 "정리해고 사실은 전혀 없으며 나간 사람들은 애초에 갈 곳이 있었던 사람들이며, 회사가 나가라고 해서 퇴직한 사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리해고를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임원은 "공식적 정리해고는 한 적이 없고 단지 경영상의 어려움에 따른 자연퇴사"라며 "회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알아서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으며, 난 오히려 나가는 사람들에게 같이 일해달라고 붙잡았다"고 반박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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