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작지만 강한엔진이 대세다.
올 들어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가 출시하고 있는 모델은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존 모델에 비해 엔진의 크기를 줄였다. 엔진의 크기를 줄이지 않고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다운사이징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는 환경규제와 실속파 소비자들의 등장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현재 1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30g 규제를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95g으로 낮출 계획이다. 완성차 입장에서 보면 엔진 다운사이징은 피할 수 없는 의무이자 과제다.
최근 신차를 출시한 르노삼성과 포드는 엔진의 크기를 대폭 줄인 SM5 TCE와 신형 MKZ를 시장에 선보였다.
이들 두 모델은 구형 모델에 장착했던 엔진 대신 작지만 강한엔진을 탑재했다. 새 엔진은 적은 연료를 사용하면서도 성능은 2000cc~2500cc 엔진에 버금가도록 설계됐다.
SM5 TCE는 닛산의 1.6ℓ GDi 터보 차저인 'MR190DDT' 엔진과 독일의 유명 변속기 전문 업체인 게트락의 6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장착했다. 'MR190DDT' 엔진은 GDI 기술과 터보 차저 인터쿨러가 장착돼 최적의 연비효율과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또 DCT는 자동변속기(AT)의 운전 편리성과 부드러운 변속 성능에 수동변속기(MT)의 우수한 연비와 빠른 변속 및 스포티한 주행성능의 장점까지 갖춘 변속기다. 일반적인 동급 자동변속기에 비해 동력 손실이 적어 연료 소비효율은 높이고 이산화타소 배출량은 저감시킨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기존 SM5 TCE와 SM5 플래티넘 연비는 각각 ℓ당 13km, 12.6km로 SM5 TCE가 더 우수하다. 엔진의 최대토크와 최대출력 역시 기존 모델보다 30%이상 강력하다.
탈(脫) 미국 브랜드를 선언한 포드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의 신모델 2000cc급 MKZ를 선보였다.
구형 MKZ가 3496cc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던 점을 감안하면 엔진을 크기를 대폭 줄인 셈이다. 엔진의 크기를 줄였지만 성능의 차이는 크지 않다. 구형 MKZ와 신형 MKZ가 장착한 엔진의 최대출력은 각각 267마력, 234마력이다. 최대토크는 되려 기존 모델보다 약 10% 높다. 포드는 이 엔진을 '에코부스트' 엔진이라고 부른다.
신형과 구형 모델의 연비차이도 적지 않다. 구형 MKZ가 8km/ℓ 대 연비로 '기름먹는 하마'에 비유됐다면 신형 MKZ는 10.2km/ℓ로 경쟁모델에 밀리지 않는다. 회사측은 MKZ의 경쟁모델로는 현대차 제네시스를 비롯해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등을 꼽았다.
작지만 강한엔진을 단 신모델 출시는 비단 르노삼성과 포드만이 아니다.
기아차는 지난 4월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춰 연비와 경량화를 고려, 1.7 디젤 엔진과 2.0 LPI 엔진을 탄 신형 카렌스를 출시했다. 이 차는 엔진의 다운사이징은 물론 세단형 SUV를 지향하며 크기까지 줄였다.
이 밖에 한국GM 트랙스는 1.4ℓ 터보엔진을 장착했고, 폭스바겐은 골프에 이어 1.6ℓ 엔진을 장착한 폴로를 들여왔다.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7세대 골프는 1.4ℓ 터보엔진을 달고 상륙할 전망이다.
다운사이징 추세에 따라 엔진의 크기와 차체의 크기를 줄이고 있지만 주행 성능만큼은 기존 모델과 비슷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엔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수치는 낮아지고 있지만 구조적 효율성을 높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너도나도 소형 터보엔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구매자의 연비 중시와 정부의 연비 규제 강화에 따라 업체들은 소형화 엔진 생산 및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승용부문에서의 엔진 소형화 강화와 함께 소형 상용부문에서도 그 추세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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