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시 日 매출차질 115억원 예상
판매부진에 노조 이슈까지 발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사상 최악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1998년 사업 시작 이후 첫 총 파업 위기에 몰렸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전 차종의 판매가 급감한 가운데 노조 이슈까지 겹치며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24일 르노삼성 노조에 따르면 지난 23일 조합원 약 265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8.1%가 투표해 95.8%인 2483명이 찬성하며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찬성률로 환산하면 무려 94%로, 반대는 109명(4%)에 불과했다.
노조는 투표 전 사측이 교섭을 요구해옴에 따라 선교섭 후파업의 방침을 결정한 상태다.
교섭이 실패할 경우 르노삼성 노조는 1998년 사업 시작 후 처음으로 총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 소속 200여명이 사측의 희망퇴직 접수에 반발해 하루동안 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 바 있으나, 전체 노조 단위의 파업이 아니었다.
총 파업이 실시될 경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는 하루 600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일일 115억원 상당이다.
지금껏 노조 총파업이라는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던 사측은 "파업만은 절대 안된다"며 노조 설득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최근 판매 및 생산이 급감한 상황에서 노조 또한 고통을 분담해줘야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5월 현재 누적적자가 3400억원에 달하며 노조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으로 추후 수십억원의 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2010년 27만대였던 생산 규모가 지난해 15만대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회사 사정이 좋지 않다"며 "회사에서 근로자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임금 동결과 연차 사용을 제안한 것이고, 다함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르노삼성의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한 1만871대로, 완성차 5위에 그쳤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4만700대로 5만8177대가 팔린 지난해에 비해 30%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자기 몫 챙기기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여론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파업 여부의 최대 쟁점은 연·월차 사용 권고다. 사측은 이번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동결, 연월차 비가동일 사용, 본인과 배우자 종합검진 축소 등 복리후생 변경 등을 내걸었고, 노조는 이를 임금하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첫 희망퇴직을 실시해 800여명이 회사를 떠난 뒤 업무강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사측의 임금 동결과 복지 축소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사측이 복리후생 후퇴 등의 조건을 고수한다면 즉각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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