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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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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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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부업을 시도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부업 사기는 경제적 약자를 철저히 노렸다.


부업 사기는 경제적 약자의 죄책감을 악용한다는 점에서 고약하다. 가해자는 팀 미션에 참여한 여러 명이 부업 사기 피해자 때문에 모두 손실을 봤다고 압박했다. 압박을 못 이긴 피해자는 요구대로 돈을 송금했다가 부업이란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지난 8월 부업 사기를 당한 김다은씨(49·여)도 사기꾼이 달라던 약 1163만원을 입금하기 전, 이틀간 잠에 못 들었다고 한다. "나 때문에 팀원들은 얼마나 힘들까." 수면을 방해한 건 다름 아닌 사기꾼과 한통속인 팀원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부업 사기는 약자를 노리지만 어느 누구도 보호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부업 사기의 온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SNS에서 직접 부업 관련 게시물을 찾아서 연락한 결과, 사기가 아닌 경우를 찾기 어려웠다. 유튜브 영상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달라고 하다가 결국 김씨가 당한 것처럼 미션에 참가하라고 요구했다. 어떤 사람은 499만원을 입금하면 월 5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는 부업을 소개하겠다고 제안했다. 어떤 부업이냐고 계속 물어보니 질문이 많은 사람은 돈을 벌 수 없다며 연락을 끊었다. 불특정 다수가 부업 사기와 마주하기 쉬운 SNS 그 어느 공간에서도 사기를 경고하는 문구 하나 찾을 수 없었다.


법 역시 사회적 약자를 방치했다.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에 찾아가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보이스피싱만 가능하다"는 것.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보이스피싱에서 제외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문구로 인해 부업 사기뿐만 아니라 로맨스 스캠, 노쇼 사기 등 현대 사회 들어 다각화된 사이버 사기 범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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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 사기 피해자들에게 던진 공통 질문이 있다. "주변 사람에게 사기 피해 사실을 알렸느냐." 대체로 사기당한 것을 알리지 않았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무력감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일부 부업 사기 피해자들은 자책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한 적 있다고 토로했다. 그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책임은 플랫폼, 국가 모두에게 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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