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남북이 통일될 경우 북한주민의 남한이주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남북한 경제통합연구: 북한경제의 한시적 분리 운영방안'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남북한 정부의 합의를 통해 정치통합은 급진적으로, 경제통합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통일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다. 전홍택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지역 경제에 대해선 특구를 10년 간 지정, 남한경제와 한시적으로 분리함으로써 경제통합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는 가정아래 북한지역 경제운영과 점진적 경제통합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경우 취업을 위해 남한으로 이주하는 북한 주민의 규모는 110만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등의 사례로 볼 때 지난 2011년 북한 인구의 약 4.5%인 110만명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지난해 6월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이 외국인 노동자를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북한 주민의 남한 이주가 남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 선임연구위원은 이주 주민들 중 일부는 현재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직종에 종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일시에 대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주민의 이주를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주민의 취업을 위한 남한 이주는 전면적인 허용보다는 단계적으로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주민이 남한에서의 고용을 증명할 수 있는 취업증명 소지자만 이주를 허용하도록 하고 3년 안팎으로 3단계에 걸쳐 취업증명 발급 규모를 20만명, 50만명, 100만명으로 점차 늘려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북한지역에서 경제개혁이 추진되면 상당 규모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므로 적절한 고용안전망 구축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며 "근로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남한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를 적용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실업자에 대해선 세금을 기반으로 남한에서 시행되고 있는 취업성공 패키지 형태의 실업부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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