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대 성장률, 정책 구호 수준"
"통화당국, 경제주체 신뢰 확보부터"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직 원장 두명에게 따끔한 질책을 내놓았다. 질책의 대상은 11대 원장이었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13대·14대 원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KDI는 23일 'KDI 경제전망(2013년 상반기)'를 통해 우리 경제는 올해 완만한 개선 추세를 보이면서 비교적 낮은 2.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2014년에는 세계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내수도 개선 추세가 지속돼 3.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기재부와 비교하면 보수적이다. 현 부총리는 추경 발표와 함께 올해 2%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고, 지난 20일에는 내년에 4%대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KDI 강동수 선임연구위원은 기재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전망치에 대해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3.6%는 낮지 않은 숫자"라고 답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경제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3.6%라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보수적인 숫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강 연구위원은 이어 "내년에 세계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높지만 대부분의 전망기관이 세계경제성장률을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면서 "4% 성장률은 정책목표는 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예측하는 측면에서 보기에는 좀 높다"고 지적했다. 현 부총리가 언급한 2014년 4%대 경제성장률은 정책 구호 수준에 그친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대한 지적의 수위는 좀 더 강했다. KDI는 올해와 내년의 경제전망과 함께 정책방향을 소개하면서 "통화당국은 경제주체들의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통화당국인 한은에 신뢰가 없다는 말과 같다.
KDI는 이어 "(통화당국은) 통화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는 가운데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 운용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DI의 이 같은 지적은 김 총재가 최근 기준금리 결정에서 오락가락 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나왔다. 김 총재는 이달 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추경예산 편성, 유럽연합(EU), 호주, 인도의 금리인하 등 상황 변화를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전 금리를 동결 할 때는 "지금 당장 물가 수준이 높지 않지만 국민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라는 한은법 1조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말했다.
금리를 동결하고 인하한 한 달 기간에 국내·외 경기 지표에는 별다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을 두고 김 총재가 해석을 바꿔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결국 한은이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됐다는 따끔한 지적을 KDI가 내놓은 것이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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