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경훈 기자]815만분의 1, 1년 내내 매달 한 차례 이상 벼락을 맞을 확률.
1부터 45까지 45개의 숫자 가운데 6개만 맞히면 되는 이 확률만 넘어선다면 누구나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로또.
당첨금 상한선이 없는 로또의 등장은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말그대로 '팔자를 바꿀 수 있는' 달콤한 매력이었습니다.
사행성 논란이 일면서 이월이 제한되고 한 게임 비용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어들면서 판돈(?)이 작아지자 이른바 '로또광풍'은 다소 잦아들었습니다만 보통 사람들에게 로또당첨은 여전한 꿈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500회를 훌쩍 넘기며 숨가쁘게 달려온 로또는 그 횟수만큼이나 많은 화젯거리를 남겼는데요. 뭐니뭐니해도 로또 1등의 전설이 된 한 경찰관의 사연이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당첨금 407억2295만원. 세금을 뗀 실수령액은 317억6390만원. 지난 2003년 4월12일 제19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나온 이 금액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1등 당첨금으로 남아있습니다. 한국복권 사상 최고액이기도 한 이 엄청난 대박은 다시금 구매액을 늘리거나 이월 제한을 풀지 않는 이상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꿈과 같은 이야기가 됐습니다.
317억원까지는 아니지만 요즘도 혼자서 1등이 된다면 100억원이 넘는 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로또판매점을 드나들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전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등 당첨자 무려 30명. 지난 18일 발표된 로또복권 제546회 추첨결과 입니다. 당첨된 복권 30장 중 구입자가 직접 번호를 골라 표기한 게 27장인데 특히 한 판매점에서 한 사람이 똑같은 번호조합을 열 번 표기해 사간 걸로 알려지면서 당첨 번호를 미리 안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로또가 조작 의혹에 휩싸인 것은 지금까지 20여 차례나 됩니다. 지난 2008년 진수희 전 18대 국회의원은 제2기 로또사업 전산시스템에 중대한 오류가 있으며 당첨 조작 의혹까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급기야 2009년에 감사원이 조작 의혹을 조사해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당첨번호 조작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인생역전'. 이 말을 풀어보면 인생이 180도 뒤바뀐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전히 주말이면 명당이라는 로또판매점은 발디딜 틈이 없고, 당첨번호가 인터넷 검색순위 1위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역전이 되어야만 하는'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닐까합니다.
월급과 자식 성적 빼고는 다 오른다는 푸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현실. 대출 받아서 집 산 사람은 이자 갚느라 허덕이고, 또 집 없는 사람은 허리띠를 졸라매봐도 뛰는 전셋값과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로또 1등의 꿈 없이 어떻게 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보통사람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합니다.
때마침 들려오는 대기업 회장님들의 수천억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에다 로또마저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불편한 조작설이 절묘하게 겹쳐지면서 '이번주에는 혹시 내가?' 하면서 인생역전을 꿈꾸던 많은 사람들의 한숨만 늘어가는 요즘입니다.
김경훈 기자 sty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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