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때 경기의 승패를 예측하는 문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독일 오버하우젠시 라이프 수족관에 살고 있는 '파울(Paul)'이란 이름의 이 문어는 남아공 월드컵뿐 아니라 유로2008에서도 80%의 적중률을 보이며 '점쟁이 문어'로 유명세를 떨쳤다. 반면 축구황제로 불리는 펠레는 월드컵 등 주요 대회마다 우승팀으로 지목하는 팀들이 조기탈락, 펠레의 저주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놀림감이됐다.
축구뿐 아니다. 주식도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색케 만드는 대표적인 분야다.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가 고른 종목보다 원숭이가 고른 종목이 더 잘 나갈 수 있는 게 주식투자다. 우스갯 소리같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000년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원숭이에게 ‘다트게임(Dart Game)’으로 투자 종목을 고르게 한 후 펀드 매니저들이 선택한 종목과 1년동안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는 게임이었다. 각각 4개의 종목을 고른 이 게임에서 원숭이가 고른 네개 종목중 한 종목만이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한 반면, 펀드매니저가 고른 종목은 네종목 중 세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코스닥을 비롯한 중소형주가 잘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부진한 틈을 타 수익성이나 재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중소형주들이 연일 랠리다. 자고나면 신고가다. 코스닥지수는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 기록이고, 코스피 소형주 지수는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소형주들이 잘 나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없는 돈에 빚까지 얻어 주식 매수 대열에 동참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 코스닥시장 신용융자 잔고가 올 들어서만 4500억원 늘면서 5년만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9일 기준 2조1666억원으로 2007년 6월 사상 최고치인 2조3200억원에 불과 1500억원 모자란다.
꾸준히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하는 시장에 빚까지 내서 투자했으니 대박이 났음직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1.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14.8%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2.6% 하락했다.
반면 개인들이 많이 판 종목은 급등했다. 개인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9.0%나 됐다. 한솔제지(65.6%)와 LG유플러스(55.1%) 주가는 50~60%씩 뛰었다. 개인이 산 종목은 내리고, 판 종목은 오른 것이다. 이쯤되면 펠레의 저주가 아니라 개인의 저주 수준이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주식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중소형주 장세라지만 모든 중소형주들이 가는 것도 아니다. 설사 상승 중인 종목을 샀더라도 단기고점에서 잡으면 수익을 내기 힘든 게 주식투자다.
원숭이보다 확률이 높지 않은 안목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빚내서 투자하는 도박을 감행하지 못한다. 한 종목에 '몰빵'은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이 둘만 하지 않아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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