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차 보유자 입주 불이익
②악취에 수해 우려까지
③원룸 임대시장 타격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이민찬 기자, 한진주 기자]행복주택 시범지구 7곳이 지정되며 20만가구의 행복주택 프로젝트 닻이 올랐다. 연말 착공해 2015년 말 첫 입주가 시작될 행복주택은 집 없는 서민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될 전망이다. 시세보다 훨씬 싼 임대료, 장기간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많다. 거주환경이 열악해질 가능성은 물론 입주자 선정에서의 문제, 주변 주택시장 교란 등이 제기된다. 현장의 목소리들을 들어봤다.
◆"차 소유자는 입주 불이익"…젊은층 배려 맞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철도역사 위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에 입주하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유수지(홍수 때 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곳) 행복주택은 공용주차장 기능을 유지토록 설계될 예정이다.
한창섭 국토교통부 공공주택건설추진단장은 "행복주택 가구 수가 제한적이고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차량을 보유한 사람은 입주자 모집 단계에서 일정부분 제한할 방침"이라며 "목동유수지처럼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은 설계 단계에서 공용주차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철도역사 위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오류동ㆍ가좌ㆍ공릉동ㆍ고잔지구)의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 쉽기 때문에 차량 소유를 제한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류동역지구의 경우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면 서울시청까지 12정거장으로 약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또 철도 위에 인공대지(데크)를 조성해야 하는 등 공사비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인근에 상업ㆍ업무시설이 들어서면 주차장 용지로 활용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차량 보유자가 행복주택에 입주하기 힘든 이유로 꼽힌다.
◆"악취 심하고 홍수 때는 침수 걱정 커"= "비가 오면 악취도 심하고 물이 넘칠까 불안한데 임대주택 거주환경은 괜찮을까요. 굳이 왜 이런 곳에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잠실동 주민 김 모씨)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된 잠실유수지 인근 주민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겠으나 대체로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임대주택을 짓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멀리서 보면 잡초와 나무들이 많아 쾌적해보였지만 유수지에서 취수장으로 향하는 계단 등 유수지 내부엔 곳곳에 이끼가 끼어 있었다. 비가 오면 유수지에 물이 고여 악취가 심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잠실 일대에서 학원 승합차를 운전하는 이모(65)씨는 "유수지 위에 대단지를 지으면 지반이 약해질 것 같다"면서 "장마철에 탄천이 넘치는 일이 다반사이고 구청 직원들도 둑이 터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데 지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빗물을 모았다가 하천에 배출하는 유수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인근 주택지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잠실취수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요즘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데 작년과 재작년 수위가 11m까지 올라갔었다"며 "14m까지 높아지면 주택가로 빗물이 역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룸가와 비슷…임대시장 경쟁 격화될듯= 정부가 행복주택 시범사업 대상지를 발표하면서 인근의 소형 주택 임대사업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변 시세의 70% 정도로 알려진 임대료가 책정되는 행복주택 때문에 원룸 등의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돼서다. 임대료 인하 경쟁이 벌어지며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경우 관련 업계에 적잖은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더욱이 행복주택에는 원룸 등의 수요자와 비슷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에 60%가 배정된다. 나머지 20%는 노인 등 취약계층에, 또 다른 20%는 일반에 공급된다.
이렇다보니 임대주택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그렇잖아도 도시형생활주택 등 1인가구용 원룸형 주택은 공급 과잉 상태인데 임대료가 더 저렴한 행복주택이 시장에 나오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일반 임대주택과 행복주택간 임대료 인하 경쟁이 불붙을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행복주택 대상지 인근인 송파구 문정동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을 운영 중인 이모(57)씨는 "노후대비용으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고 정부에서도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고 민간임대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저리의 건설비용을 빌려주기까지 해서 지난해 초 도시형주택을 착공, 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이제 와서 이런 정책이 생겨 난감하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이민찬 기자 leemin@
한진주 기자 true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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