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변 주민들 "장마철 탄천 범람 문제 해결해야"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비가 오면 악취도 심하고 둑도 불안한데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을까요. 돈 들여서 굳이 왜 이런 곳에 집을 지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잠실동 주민 김 모씨)
“올 초에 인조잔디 축구장 짓고 국회의원이 와서 사진도 찍고 갔는데 여기에 무슨 임대주택을 짓습니까?” (인근 학원 운전기사 이 모씨)
20일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된 잠실유수지 인근 주민들은 고개를 갸우뚱 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대체로 '도대체 왜 이런 곳에 임대주택을 짓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멀리서 보면 잡초와 나무들이 많아 쾌적해보였지만 유수지에서 취수장으로 향하는 계단 등 유수지 내부엔 곳곳에 이끼가 끼어 있었다. 비가 오면 유수지에 물이 고여 악취가 심하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잠실지구를 포함한 유수지 3곳과 철도부지 4곳 등 총 7곳의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발표했다. 잠실지구는 총 면적 7만4000㎡에 18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 7개 시범지구 중 가구수는 두 번째로 많다. 주택 면적은 전용 40~55㎡(12.5~16.5평) 이고 임대료는 시세의 70%대가 될 전망이다.
잠실 일대에서 학원 승합차를 운전하는 이 모(65)씨는 “유수지 위에 대단지를 지으면 지반이 약해질텐데 주저앉으면 어떡하냐”며 “장마철에 탄천이 넘치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구청 직원들도 둑이 터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데 지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빗물을 모았다가 하천에 배출하는 유수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인근 주택지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잠실취수장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요즘은 비가 잦게 폭우로 내려 얼마나 올지 가늠할 수가 없다”며 “작년과 재작년에 폭우가 쏟아졌을 때 수위가 11m까지 올라갔었는데 14m까지 높아지면 주택가로 빗물이 역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1800가구를 지으려면 아주 높게 지어야 하고 아니면 아예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장한 지 6개월도 안된 축구장과 야구장도 다시 지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잠실지구의 방재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스포츠와 공동체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저수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바닥을 더 깊이 파고 복개해 인근 주거지와 같은 높이로 집을 지을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데크를 설치해 그 위에 야구장과 축구장을 다시 지을 계획”이라며 “그동안 물이 차면 공원으로 쓸 수 없어서 공원이라고 하기에도 조악한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유수지 인근에는 빌라와 원룸 등 다세대주택이 주를 이룬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임대주택을 70% 가격으로 공급하면 비슷한 면적인 원룸이나 투룸도 가격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시세는 투룸을 기준으로 전세는 1억5000만원이고 매매는 2억~3억원대다. 곧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여건은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우호적인 반응도 있다. 신천역 인근 Y 중개업소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강변이나 물가위에 집을 짓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적으로만 잘 뒷받침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은 들어가고 싶어서 줄을 선 마당에 어디에 지으면 어떠냐”며 “땅을 싸게 사들여서 싸게 공급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에겐 좋을 것이고 결국 관건은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점주도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상권이 확장되니 점주들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