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시범지구 가보니.. 목동선 걱정·오류동선 기대 교차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최근 부동산시장이 소형 위주로 돌아가는데 소형 임대주택 2800가구를 공급하면 인근 부동산시장은 대기 수요가 넘치면서 결국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본다."(목동 H공인 대표)
"오류동 일대는 개발이 지연되면서 노후도가 심하고 노인들 위주의 베드타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복주택이 들어오면 커뮤니티 시설이 생기고 거주 인구가 늘면서 상권도 함께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오류2동 B공인 관계자)
박근혜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인 '행복주택' 시범지구 7개 중 2곳이 포함된 서울 서남권(목동·오류동) 주민들은 지역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오류동은 거주인구 증가로 상권 활성화에 기대를 거는 반면, 명품학군으로 손꼽히는 목동 일대는 매수세 침체 장기화와 전세난 우려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목동지구 "주차난에 전세난 걱정된다"= 20일 오후 행복주택 목동지구 예정부지(10만5000㎡·2800가구)인 서울 목1동 목동유수지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주차장의 50% 가량이 차들로 채워져 있었다. 현재 이 지역은 135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 테니스장, 쓰레기 분리수거장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일대를 관리하는 양천구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총 1350대 차량의 주차가 가능하며 평일 평균 500~600대, 주말 1000여대의 차량이 주차하고 있으며 800여대는 월 정기 주차를 하고 있다"면서 "인근 백화점, 사무실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주로 주차를 한다"고 전했다.
4.5t 대형트럭을 주차하고 있는 김모씨(55세)는 "2주 전에 양천구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주차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 주차장까지 없어지면 인근에 대형 트럭이 주차할 곳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목동 일대 주민들은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목동 현대1차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이모(58·여)씨는 "야구 경기가 있을 때나 주말이면 도로가 주차장이 된다"면서 "행복주택 생기고 주차장까지 축소되면 교통난이 가중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류동지구 "커뮤니티 활성화에 도움"=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 일대에 들어서는 오류동지구(10만9000㎡·1500가구) 인근 주민들은 행복주택 시범지구 지정 소식을 듣고 반색했다. 이 일대가 낙후돼 제대로 된 문화·체육시설조차 없었는데 임대주택이긴 하지만 정부주도의 개발 사업으로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류동지구 행복주택에 대해 "이 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과 입주민을 대상으로 일자리가 지원될 수 있도록 창업·취업지원센터 및 사회적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 신모(67세·여)씨는 "노인들 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라곤 교회 뿐"이라며 "이번 기회에 문화·체육시설이 생겼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인근 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다세대·다가구주택 주인들은 한숨이 깊다. 3층 짜리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모(65세)씨는 "젊은 사람들은 주차가 가능한 신축주택 선호현상이 강해서 보증금과 월세를 내렸는데도 세입자 찾기가 힘들다"면서 "행복주택까지 들어오면 월세를 더 내려야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오류동지구와 인접한 온수역 인근 빌라에서 살고 있는 염대헌(30세)씨는 "전용 55㎡ 빌라를 3년 전에 1억8500만원에 분양 받았다"면서 "지난해부터 팔려고 내놨지만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내려도 못 팔고 호가만 떨어질까봐 엄두가 안 난다"면서 "인근에 행복주택이 생기면 저소득층이 많은 인근 주택시장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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