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 엔저 수혜종목 언급 보고서 전무..추천 자체에 부담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엔저 수혜주 묻지마세요."
증권사들이 주식시장 최대 관전포인트로 떠오른 엔화 약세와 관련해 추천종목 낙점에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건설, 금융 등 전통적인 수혜주로 거론해오던 업종에 대한 단편적인 전망 외에 개별 종목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국내 증권사들이 엔저 수혜주를 열거한 종목보고서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관계자는 "엔저 상황과 함께 개별회사의 특징과 대내외적인 사안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엔저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종목 추천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사 투자전략담당 연구원은 "엔저를 예상하고 내놨던 기존의 전망치들이 엇나가는 사례도 있고, 엔저 현상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에 굳이 종목 추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 정책이 부각되기 시작한 올해 초 증권가에서 수혜주로 내세웠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데 따른 스탠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월 비에이치아이에 대해 엔화 약세로 영업외 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목표주가를 3만5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당시 2만8000원대였던 비에이치아이 주가는 지난 14일 2만23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2.7% 곤두박질쳤다.
두산인프라코어도 환율변동에 따른 최대 수혜처로 꼽히며 매수 의견이 우위를 보였지만 지난 1월 28일 1만6500원을 기록하던 주가는 1만3550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엔화부채가 많아 수혜주로 거론됐던 롯데쇼핑도 올해들어 주당 37~38만원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수혜 후보군'으로 분류된 이후 주가가 오른 경우도 있다. 신영증권이 지난 1월 17일 수혜주로 꼽은 하나투어 주가는 당시 6만2600원에서 최근 7만4000원대로 20%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엔저에 따른 영향이 기존 패턴과 다르게 형성되는 상황에서 보다 면밀한 전략분석과 종목 선정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달러당 110엔대 진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당분간 엔저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모르쇠'로 일관할 게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엔저 현상에 따른 수혜주를 찾기 어렵다면 그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라도 내는 것이 투자자들을 위한 올바른 자세"라며 "최근 시장도 침체되는 분위기인데 증권사도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영 기자 it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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