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26년간 세계최고 인기 축구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왕국'을 지휘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
많은 축구팬들이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있다. 더이상 그의 지략이 담긴 맨유의 축구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에서다.
투자자들의 생각도 비슷한 듯 하다. 그의 사임이 발표된 날 팀의 주가가 급락한 것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영어로 축구감독은 매니저로 불린다. 선수를 훈련시키고 조련하는 것 외에 구단의 실질적인 책임자라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성공한 경영자다. 26년간이나 최고경영자로 재임하며 굴지의 제국을 일궈냈다.
그가 이뤄낸 결과물은 어떤 CEO도 대적하기 힘들다.
26년간 13번의 프리미어 리그 제패와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 5번의 FA컵 1위, 1번의 피파 클럽월드컵 우승 등 경기 성적은 말할 것도 없다.
더 놀라운 것은 경제적 효과다. 프리미어 리그 출범 첫해인 1992년 2520만파운드던 맨유의 매출은 지난 2011-2012시즌에는 무려 3억2030억파운드로 불어났다. 매년 15%씩 매출을 늘려 13배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740만파운드에서 8420만파운드로 급증했다.
지난 시즌 지역 라이벌 맨시티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내줬지만 올해 다시 절대적인 격차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가도 1년사이 12달러 선에서 18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맨유의 시가총액은 약 35억달러 선이다. 한해 매출의 12배나 된다. 91년 런던 증시에서 기록된 시가총액 7400만달러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겨진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퍼거슨 감독이 구단 시가총액의 11%인 3억8500만달러를 차지했을 정도라고 표현한 것이 무리가 없을만도 하다.
이뿐이 아니다. 구단의 주인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한정된 예산으로 끝임없이 신제품을 선보였고 가치가 떨어진다는 상품은 가차없이 명단에서 지우며 팀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했다.
베컴, 호나우두, 판 니스텔루이, 박지성 등이 그의 손에 의해 맨유에 발탁됐다 팀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판단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정확했다.
그의 능력에 탄복한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퍼거슨을 최고의 트레이더겸 투자자라고 인정할 정도다.
퍼거슨 감독과 비슷한 인물이 있다.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 전 창업자다.
애플이나 맨유나 두 경영자를 맡기 전까지는 힘빠진 공룡이었다. 애플은 잡스의 복귀 이전 도산위기에까지 몰렸고 맨유는 퍼거슨 영입 이전 19시즌이나 우승권에서 멀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직을 완전히 바꿔 놨다. 침체된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었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전략으로 자신만의 철학을 반영했다. 철저히 전권을 휘둘렀다는 점이나 카리스마도 유사하다.
문제는 후계자들이다. 두사람 모두 후계자를 자신이 골랐다. 잡스는 생전에 현 팀 쿡 CEO를 발탁했다. 퍼거슨도 에버턴의 모예스를 후계자로 받아들였다.
이들에게는 거장이 떠난 자리의 공백을 메워야하는 숙제가 남았다. 잡스 사후 애플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맨유의 미래도 아직 알 수 없다.
맨유 후임 감독인 모예스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맨유를 품을 수 있는 그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애플의 상황을 본 투자자들이 맨유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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