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건 당일 행적들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7일 밤부터 8일 새벽(현지 시간)까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워싱턴 행적이 퍼즐 맞추기 식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8일 새벽 6시 20분, 윤창중 전 대변인은 자신과 기자단, 인턴들의 숙소인 패어팩스 호텔 입구에 나타났다. 윤 전 대변인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입구를 서성이던 기자들과 만나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당시 윤 전 대변인은 트레이닝복 차림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고 만취 상태였다. "술을 많이 드신 것 같다"는 인사말을 건네자 혀가 꼬인 발음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욕설이 섞인 그의 말은 "가만 놔두지 않겠다" "그 XXX들 죽여버린다"와 같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자신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는 청와대 직원들에 대한 불만도 섞여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이 기자단 숙소가 아닌 공식수행원 숙소를 요구하고 의전차량을 수석급으로 해달라며 갈등을 일으킨 사건과 연결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때는 호텔에서의 2차 성추행이 발생한 직후일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는 알몸(혹은 속옷 차림)의 윤 전 대변인과 호텔 방 앞에서 마주쳤다. 이 때 윤 전 대변인이 피해자를 그냥 돌려보낸 것이 아니라 엉덩이를 만지며 추행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됐다.
이때부터 1시간 정도 흐른 7시 경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호텔 앞에서 "나이가 드신 분이 어떻게 그런 말씀을…, 방에 술냄새가 진동하던데요"라며 전화하는 모습이 일부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5시경 만취 상태로 호텔을 돌아다니는 윤 전 대변인을 목격했다는 기자들의 증언도 있다. 즉 그는 5시가 조금 넘어 방으로 올라간 후 2차 성추행 현장에 있다가, 잠시 눈을 붙인 후 담배를 피우기 위해 1층으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들과 10여분 대화한 후 "조찬 행사에 참가해야 한다"며 방으로 올라갔고, 50분 쯤 후인 7시 20분 조찬장에 나타났다. 이는 기자들이 목격한 미국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전날 밤 9시부터 12시까지 윤 전 대변인은 근처 다른 호텔 와인바에서 피해자와 와인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 1차 성추행이 발생했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패어팩스 호텔 내 설치된 청와대 사무실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2시부터 5시까지는 술을 더 마셨는지 마셨다면 누구와 마셨는지 불확실하다.
분명한 것은 윤 전 대변인이 7일 한ㆍ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 이후 거의 밤새 술을 마셨다는 정도다. 그는 이날뿐 아니라 순방 일정 내내 어느 정도 술을 마셔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술자리에 동석했다고 증언하는 기자는 현재까지 없다.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둔 6일 밤에도 윤 전 대변인은 패어팩스 호텔 근처 중국집에서 여성 인턴과 술을 마시는 모습이 목격됐다. 윤 전 대변인을 발견한 기자들이 술을 권하기도 했으나 이튿날 정상회담 일정이 부담스러웠는지 거절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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