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건 발생 후 28시간이나 지난 후 대통령에게 첫 보고를 했다며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사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전 대변인의 귀국 사실을 인지했을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윤 전 대변인의 조기 귀국을 묵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방미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범죄 혐의자를 도피시켰다는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 홍보수석이 성추행 사건을 처음 알게 된 건 현지 시간 8일 오전 9시 30분이다. 이로부터 불과 20분 후 윤 전 대변인은 덜레스 공항으로 가서 서울행 티켓을 끊었다. 박 대통령이 사건에 대해 처음 보고를 받은 것은 다음날 아침 9시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28시간, 홍보수석의 사건인지 후 24시간이 지났다.
이 사이 대통령은 총 4건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미 의회 연설과 미 상의 주최 오찬 라운드테이블, LA환영행사 및 LA동포간담회다. 당연히 윤 전 대변인은 모든 행사에 불참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의 참석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8일 저녁에 있은 LA동포간담회에는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이 4건의 행사를 치르며 대변인의 부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LA동포간담회에는 대변인뿐 아니라 홍보수석 등 모든 홍보라인이 자리에 없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홍보수석을 제외한 나머지 참모진이 사건을 인지한 건 8일 오후 3시 LA행 비행기 탑승 직후다. 최영진 주미대사가 미 국무성으로부터 내용을 통보받고 이를 설명했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LA로 이동하는 5시간 동안에도 청와대 참모진은 대변인의 귀국사실 등을 대통령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한편 같은 시간 서울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곽상도 민정수석은 사건을 처음 인지한 게 언제냐는 질문에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말은 들었다"고 12일 답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 홍보수석으로부터 상황을 전달 받은 시점을 박 대통령 보고 전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과 미국 두 곳에 있는 모든 청와대 참모진이 사건 발생과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사실을 공유하고 있을 때, 박 대통령 단 한 사람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앞서 이 홍보수석은 "사태를 파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비행 중이라도 불쑥 들어가 보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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