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달러·엔 환율이 4년 만에 100엔을 넘어서면서 국내 수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 환율이 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00엔을 상향 돌파했다. 지난 4월 일본 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 발표 이후 엔화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아왔으나 그간 G20 재무장관회의와 미국 고용지표 발표 호조 등 대형 호재에도 100엔을 뚫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는 소식에 100엔을 넘어섰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이 미국의 주간 고용지표에 반응해 올라간 것은 미국 고용지표 개선에 따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9일에는 미국 연준이 조만간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달러·엔 환율 상승에 힘을 더했다"고 분석했다.
달러·엔 환율이 이번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빅 이벤트가 아닌 미국 실업수당 청구건수라는 주간 지표에 반응해 달러당 100엔 이상으로 올라선 점은 수급적으로 엔화의 하락 압력이 팽배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는 의견이다.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은 더 있다. 이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 100엔 선에서 달러화 상승을 막고 있던 베리어 옵션 물량이 청산되면서 이 레벨 위에서 숏커버 물량이 재차 나오고 있다는 점도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주요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팔고 이머징 통화를 사는 거래가 늘고 있는 것도 엔화 약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엔화 약세가 주로 미국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움직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달러·엔 환율은 미국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과 일본은행의 통화완화정책 스탠스 확인 시마다 고점을 높여갈 것이란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이 고점을 높임에 따라 국내 수출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질 것"이라며 "따라서 달러·원 환율은 그간의 가파른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 반등한 이후 저점을 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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