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일본의 장기불황이 낳은 대표작 ‘100엔 마트’가 위기에 직면했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본의 수입 물가가 치솟은 탓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9일(현지시간) 100엔 마트에 ‘고난의 시기’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100엔 마트는 휴대전화 충전기부터 인조눈썹까지 모든 상품을 100엔에 파는 매장이다. 엔화 강세로 저렴하게 수입한 상품으로 매장을 채운 이 같은 사업 모델은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 유통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코스가 될 정도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디플레이션과 전쟁’을 선포한 일본중앙은행(BOJ)의 핵심 무기는 대규모 양적완화다. 시중에 막대한 양의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엔화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일본 수출업자들은 해외에서 일본 제품을 저렴하게 팔 수 있는 만큼 경쟁력도 생긴데다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도 챙기면서 보면서 수익이 급증한 반면, 외국에서 사오는 제품 가격은 훨씬 비싸졌다.
도쿄 소재의 100엔마트인 ‘US마트 100엔’의 야수아키 이케다 매니저는 “5엔 차이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80%가 중국산이다. 그는 “젓가락 100개 가격이 80엔에서 85엔으로 올랐을 때 공급자에게 젓가락이 덜 들어있는 제품은 없냐고 물어봐야 했다”고 털어놨다.
매장 이름대로라면 상품 가격이 100엔으로 고정된 만큼 상품의 수량을 줄이거나 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0개가 한 묶음인 풍선은 수량이 8개로 줄었고, 5개 한 세트인 헤어핀은 3개만 들어있다. 100엔 마트들은 매장을 일본 제품으로 채우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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