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댄 애커슨 GM 회장이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국GM에 대한 80억달러 투자의 전제요건으로 통상임금문제 해결을 요청한 가운데 재계는 재무적 불확실성과 노사 갈등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정(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과 하급심 판결 이후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차, 한국GM,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 주로 초과근로가 많은 기업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한국GM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최종 패소할 것을 고려해 지난해 결산기준 8140억원을 재무제표에 반영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이 결국 기업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애커슨 회장의 이번 요청으로 행정부가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와 항공업계 등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아닌 상당수의 한국기업에게 통상임금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통상임금과 관련한 재무적 부담까지 가중된다면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고용노동부, 통계청의 임금 및 종사상지위별 근로자 등 각종 노동통계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고정상여금을 포함시키는 할 경우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은 최소 38조 5509억원 규모다. 3년치 소급분과 퇴직급여충당금 증가액이 29조 6846억원, 판결 당해연도 1년치 발생액(1월 1일 판결 기준)이 8조 8663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또한 기업의 추가비용 부담은 단순히 한 해만 발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년 발생해, 중장기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총에 따르면 매년 8조 8663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이 발생하며 임금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추가비용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결 이후 5년 간의 추가비용 부담은 74조원이며, 임금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추가비용을 78조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총은 "고정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여부는 막대한 기업의 추가비용 부담을 초래해 신규투자와 일자리 등의 축소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우리 산업 전체의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하여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애커슨 회장은 8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정부 차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이 저희 수출기지로 활발하게 활용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은 힘들었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GM 회장이 투자계획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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