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물건 못 받는다고? 그딴 소리하지 말고 알아서 해. XX 버린다 진짜 XX. 그럼 빨리 넘기던가. XX 잔인하게 해줄게 내가. 핸드폰 꺼져있거나 하면 알아서 해. 당신은 XXXX 그게 대리점장으로 할 얘기냐 이 XX야. 당신 얼굴 보면 죽여 버릴 것 같으니까 XX아. 자신 있으면 들어 오던가 XXX야"
하나의 녹취파일이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는 분노했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유를 불문하고 나이 어린 사람(영업사원)이 연장자(대리점주)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에 대한 국민감정이 들끓고, 여기에 이른바 '갑'인 대기업이 '을'인 대리점에게 물량 떠넘기기 등 횡포를 부렸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대 주요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1만5000여명의 전국편의점가맹사업자단체협의회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한데 이어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 등 150여개 자영업 단체 600만명이 불매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들 단체는 남양유업이 변명과 형식적인 사과만 고집하면 오는 20일부터 남양유업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대국민 동참 호소문 배포 등도 준비 중이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유권자시민행동에 속한 회원 중에는 동네슈퍼, 음식점, 노래방 등 남양유업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서민 밀착 업종 종사자가 많아 실제 불매 운동 돌입 시 남양유업에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이번 불매운동은 힘 없는 서민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다시는 '갑'의 사욕에 희생되는 자영업자들이 없도록 정부가 이번 사태를 철저히 규명하고 엄벌하며 관련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경수 전국편의점가맹사업자단체협의회 대표는 "남양유업 본사가 대리점에 하는 행태는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하는 행태와 똑같다"며 "비인륜적이고 야만적인 처사에 대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피해를 입을 우려가 높아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이 제3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이는 남양유업의 대리점은 본사 직영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남양유업의 제품을 받아 관할 지역의 마트에 물건을 주는 일종의 도매업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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