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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검은손'…불황은 대리점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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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대리점 이익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본사는 매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회사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같은 앞뒤가 안맞는 모순의 열쇠고리가 남양유업의 막말 파문으로 풀렸다.


일선 유통채널인 대리점 매출과 이익이 줄 경우 당연히 본사의 매출과 이익도 감소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본사의 밀어내기, 비틀기의 편법이 동원되면서 모순이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영업자들만 무너지고 있다.

남양유업 직원의 막말 파문 이후 대리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지난해 말 부터 서울의 한 지하상가에서 N사의 화장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월 매출 3000만원 규모의 매장에 1000만원어치 제품을 더 받아서 팔아라는 연락이 최근 왔다"며 본사의 밀어내기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화장품 회사인 B사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본사에서 행사를 빌미로 수시로 제품들을 더 받으라고 한다"며 "매출이 오르지 않자 본사의 횡포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매출이 오르지 않자 대기업들이 대리점을 비틀어 실적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며 "본사만 살고 대리점은 죽어도 된다는 테러수준의 횡포"라고 말했다.


파문의 주인공인 남양유업의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분유시장 1위, 부채비율 0%라는 남양유업의 실적이 대리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것이다.


"본사에 유제품 20박스를 주문했는데 60박스가 내려왔다. 경기 불황으로 장사가 안되서 20박스도 다 못파는데 3배나 되는 60박스를 어떻게 팔 수 있겠냐. 이런 밀어내기가 비일비재하다. 칼만 들지 않았지 강도가 따로 없다." 서울지역의 한 대리점주는 "남양유업은 오래전부터 악명이 높았다"며 "밀어내기가 업계의 관행인 것은 알았지만 실제 할당량보다 더 많은 밀어내기 물량을 주는 곳은 남양유업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남양유업은 부채비율이 0% 일뿐만 아니라 5000억원 가량의 현금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매일유업을 비롯해 다른 유가공업체들도 죄다 부채가 있는데 남양유업만 없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우리들의 피를 빨아 먹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예를 들어 남양유업 대리점의 경우 15% 매출이 상승하면 다음달에는 20%의 물량을 대리점에 밀어 넣는다. 이런식으로 대리점에 떠넘긴 물건들은 반품을 받지 않기 때문에 대리점으로 보낸 물량은 100% 남양유업 순매출로 잡히게 된다. 이 때문에 대리점주는 하루에 수십만원, 한달에 천여만원의 손해를 보게되는 셈이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는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졌으나 이번에 영업사원의 폭언과 욕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이런 분위기가 군인 출신 임원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정승훈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사무총무는 "남양유업 임원들 가운데 해병대나 기무사, 특전사 등의 군인 출신이 많다. 군 출신 임원이 다수 포진하면서 상명하복식 문화가 팽배하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대리점주들에게 협박과 폭언도 가능했던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광호 기자 kw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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