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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감정노동자 죄는 분노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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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이른바 '라면 상무', '제빵 회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감정노동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뢰나 규범 준수보다는 경쟁과 실적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지기 싫어하는 한국인들의 성향,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계급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증가 등이 한국 사회를 '분노사회'로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노가 예측 불가능하게 표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감정노동자들이 주요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민간서비스연맹이 발표한 사례집에는 이같은 감정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들이 다양하게 제시돼 있다. 김지혜(가명ㆍ28)씨는 고객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끝에 집에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게 된 경우다. 백화점 등에서 일해 온 김씨는 폭언에 가까운 말을 매일 들어도 참기만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자주 불안감과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증을 느끼게 됐다. 결국 점점 상태가 심각해져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자동차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김모(35)씨는 고객들의 불만과 폭언, 생떼 등을 감당하다 보니 어느날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은 증세가 나타나더니 결국 회식 도중 쓰러졌다. 10년 넘게 유통매장에서 의류를 판매한 이모씨는 어느 순간부터 손님이 무서워지는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걸어 오는 손님을 보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초조, 불안해진다. 언제부턴가는 화장실에서 안정제를 먹고 한참 앉아 있는 것으로 겨우 고비를 넘기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 같은 감정노동자들의 피해는 단순히 최근 이슈화된 항공사 승무원, 서울시 다산콜센터 상담원, 호텔 도어맨 등 일부 서비스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 위주의 고도화된 현대 산업사회의 특성상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다. 감정노동자의 숫자만 하더라도 2012년 현재 2400여만명의 취업자 중 1100여만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조사 결과에서도 유통서비스업 종사 근로자 중 여성은 73.6%, 남성은 51.6%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2012년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이 각 금융기관 콜센터 직원들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에선 응답자 221명 전원이 중증도(19.9%)ㆍ고도 우울증(80.1%)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인 누구나 이같은 폭력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동계ㆍ산업의료계 등에선 감정노동 업종의 기업들이 서비스의 매뉴얼을 종사자 인권도 존중하는 쪽으로 바꿔야 하며, 평상시 직장내 스트레스 해소ㆍ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 관련 법을 개정해 감정노동을 적극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해 치료ㆍ보상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대책은 물론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돈으로 다른 사람의 인격까지 살 수 있다는 생각, 돈만 지불하면 다른 사람의 인격을 지배하고 무시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빗나간 '소비자 권리 의식'. 혹여 나 자신부터 그런 잘못된 생각에 젖어 있지 않은지 우리 모두가 돌아볼 일이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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