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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들, 이렇게 당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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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보고서에 나타난 피해 사례들..."대책 마련 시급

감정노동자들, 이렇게 당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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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이른바 '라면 상무', '제빵 회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감정노동자'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감정노동자 문제는 현재 노출된 항공사 승무원, 서울시 다산콜센터 상담원, 호텔 도어맨 등 일부 서비스 업종 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업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전체 2468만여명의 취업자 중 1106만9000여명이 직무 중 '감정노동'을 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신뢰나 규범 준수 보다는 경쟁과 실적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지기 싫어하는 한국인들의 성향,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계급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증가 등은 한국인들의 '분노 지수'를 높여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묻지마 범죄 등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분노가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빈도수 높게 표출되고 있다. 따라서 대고객서비스가 주업무인 감정노동자들은 이러한 한국인들의 일상적 분노 표출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고 있다. 결국 한국인들은 누구나 느닷없이 폭언ㆍ폭행 등 피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감정노동자들은 어떤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될까?


최근 민주노총 민간서비스연맹이 발표한 사례집에는 다양한 피해 유형이 적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김지혜(가명ㆍ28)씨는 고객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끝에 집에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게 된 케이스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 줄곧 유통서비스업에서 일을 해 온 김씨는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고객을 상대하면서 폭언에 가까운 말을 매일 들어도 싫은 표정 한 번 짓지 못하고 무조건 참아야 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김씨는 자신도 모르게 자주 불안감과 가슴이 답답해지는 통증을 느끼게 됐다. 결국 점점 상태가 심각해져 직장을 그만 두게 됐고 대인 기피증까지 생겨서 은둔형 외톨이처럼 집에서만 1년이 넘게 생활하게 됐다.

호텔맨 곽모(27)씨는 1년에 한 두차례씩 꼭 '불량 고객'의 행패를 경험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엔 법조계에 있다는 고객에게 당했다. 술 취한 그 고객을 안내하기 위해 어깨 동무를 해줬더니,그 고객은 "너희들 미팅할 때 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이 자리에 올랐다. 왜? 아니꼬우냐?"라고 비아냥댔다. 곽씨는 속이 타오르고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냥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김모(35)씨는 산재요양판정까지 받은 경우다. 자동차정비업종에 종사해 온 김 씨는 3년 전 꿈에 그리던 사무관리직으로 승진해 고객만족팀장을 맡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불행의 첫 단추였다. 쏟아지는 고객들의 불만과 폭언, 생떼 등을 감당하다보니 어느날 부터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회식 도중 쓰러 진 뒤 공황 장애로 치료를 받던 도중 고 응대와 대인 관계 책임에 따른 감정노동으로 직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이 인정돼 얼마전 산업재해 요양 판정을 받았다.


텔레마케터 박모(36)씨는 감정불감증까지 갖게 됐다. 텔레마케터 생활만 8년 남짓 했다는 박 씨는 "상당수의 동료들이 초기 1, 2년을 견디지 못하고 관두는데, 5~10년 근무하며 웬만한 고객의 횡포에는 끄떡도 안할 만큼 맷집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아동용품 전문 매장에 근무하는 차모(26ㆍ여)씨는 고객의 횡포로 공황장애를 겪었다. 어느날 매장에 30대 후반 부부가 와서 옷가지 등 100만원이 넘는 물건을 사간 것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물건을 사가는 아이 엄마의 못마땅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아내가 고르는 물건을 남편이 모두 무시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 엄마는 바로 다음날 전화를 걸어와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차씨에게 퍼부었다. 아이 엄ㅁ마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퍼부었고, "못 배운 주제에", "매장 점원 따위가"라는 인신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차 씨는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고객을 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고선 한동한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10년 넘게 유통매장에서 의류를 판매한 이씨는 어느 순간부터 손님이 무서워졌다. '공황장애'에 빠진 것이다. 언제부턴가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걸어 오는 손님을 보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초조, 불안해진다. 휴게실마저 변변치 않아 화장실에서 안정제를 먹고 한참 앉아 있는 것으로 겨우 고비를 넘긴 후 업무에 복귀한다.


이처럼 감정노동에 다른 직무스트레스를 받은 감정노동자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몸짓을 자신과 관련시켜 강한 불안을 느끼는 대인공포증, 공황장애, 우울증, 불면증, 강박증, 홧병, 소화불량, 알콜 중독증 등 다양한 증상과 질병을 앓고 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유통서비스업 종사 근로자 중 여성은 73.6%, 남성은 51.6%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2012년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이 각 금융기관 콜센터 직원들에 대한 실태 조사 결과에선 응답자 221명 전원이 중증도(19.9%)ㆍ고도 우울증(80.1%)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동계ㆍ산업의료계 등에선 감정노동을 주로하는 업종의 기업들이 고객만 무조건 우선시하는 서비스의 메뉴얼을 종사자 인권도 중요시하는 쪽으로 바꿔야 하며, 평상시 직장내 스트레스 해소ㆍ관리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관련 법을 개정해 감정노동을 산업재해로 인정, 치료ㆍ보상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비스 직종 종사자들을 종 부리듯 하며 무시하는 우리나라 소비자 의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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