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엔 깜깜한 '핏덩어리 신입'은 그만!
현장서 필요한 실무능력 기준 개발
2014년까지 833개 전 직종으로 확대
워킹그룹심의委서 5년마다 개정·보완
과정 이수땐 전문자격증 취득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고등학교, 대학 교육이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나서 1~2년 동안은 재교육하는데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기업 인사 담당자)
"입사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토익이나 해외연수는 물론이고 관련 자격증을 따는 데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과연 이런 준비가 회사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취업 준비자)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과 일자리를 찾는 사람의 엇갈리는 입장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기업은 교육 과정이 직무와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입사 지원자가 교육 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보다는 다른 여러 가지 기준으로 채용을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직무와 무관해 보이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점점 벌어지는 교육과 직업 현장의 괴리를 해소할 수는 없을까? 의사와 간호사, 교사가 되는 교육과정처럼 직무교육이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격을 갖추는 내용으로 구성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답이 있다=학교 교육과 산업현장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국가직무능력표준(NCSㆍ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개발하는 NCS는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이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하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기준이다. 실무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이런 기준이 없었던 탓이 컸다.
NCS 제도의 핵심은 기업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데 있다. NCS를 통해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직무능력이 표준화되고 이에 맞춰 교육과정이 운영,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 배출되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교육부 업무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NCS를 언급하며 "스펙을 초월한, 능력사회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NCS 개발은 2002년에 시작됐지만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에 NCS 개발을 전 직종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으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NCS는 지난해까지 331개에서 개발이 이뤄졌다. 정부는 이를 2014년까지 833개 직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 250개를 개발하고 내년에 245개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 창구 영업ㆍ카드 영업 등 금융 직종은 물론 경영ㆍ관리 직종에도 직무 표준이 갖춰진다. 이전에는 건축목공, 도장, 미장 등 전문기술분야에 대한 표준이 많았다.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술자격시험과 교육훈련 직종을 우선적으로 개발해 자격시험 출제기준과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활용하자는 의미에서 마련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NCS 개발을 전 직종으로 늘리면서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정부는 올해 처음 분야별 워킹그룹(WG) 심의위원회도 구성했다. 심의위원회는 개발된 NCS의 효과를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전에도 평가위원이 있었지만 NCS 개발을 담당하는 산업인력공단이 자체적으로 위원을 구성해서 평가해왔다. WG 심의위원회는 각 주무부처에서 추천한 산업현장 전문가, 교육훈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NCS는 5년 주기로 개정ㆍ보완된다. 산업기술의 변화 등으로 직무능력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소프트웨어 등 변화속도가 빠른 직종은 3년 주기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만들고 교육부ㆍ산업계 활용하고=NCS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의 협업으로 완성된다. 고용부가 표준을 만들고 교육부가 NCS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하는 식이다. NCS가 정비되면 교육ㆍ훈련기관에서는 교육과정 개발과 교재 개발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학교 교육과정 자체가 이론, 학문 중심의 교육에서 일자리 중심의 직업교육으로 바뀔 수 있는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직무능력표준과 같은 형식이 잘 도입된 곳으로 의대와 간호대, 법학전문대를 꼽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의사, 간호사,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뭔지를 파악해 교육 과정에서부터 습득해나간다. 즉, 학교 교육과정이 결국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의 교육인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NCS를 중심으로 한 교육과정을 도입, 확산하기 위해 올해부터 모듈개발, 교육과정 개편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4년 전 직종에 대한 NCS가 개발되면 곧바로 교육과정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015년에는 시범운영, 2016년도에는 본격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NCS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치면 자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과정이수형 자격제도'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과정이수형 자격제도는 사범대학이다. 사범대학을 졸업하면 교사 자격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NCS 중심으로 이뤄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해당 직무에 대한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기술자격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내년부터 도입할 생각이다.
동의과학대학교는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NCS의 금형분야를 활용해 기계계열 금형전공 28개 교과 중 18개 교과를 개편했다. 교재를 새로 개발하고 개편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교수 대상의 연수도 실시했다. 창원문성대학과 부산과학기술대학도 지난해부터 NCS를 토대로 교양, 전공 교과목을 개편했다. 창원문성대학은 기계설계과, 조선해양플랜트과에 부산과학기술대학교는 전자과에 전체 전공ㆍ교양과목의 60%를 NCS 기반 교육으로 개편했다.
이처럼 NCS가 여러 대학 교육과정에 확산되는 추세이지만 아직 과제는 남아있다. 일반 기업에서 NCS를 채용이나 승진 과정에서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산업인력관리공단 관계자는 "2002년에 NCS가 도입됐지만 기업의 채용, 교육, 자격검정 모두 따로 이뤄지다보니 부문 간 벽이 있어 국정과제로 선정되기 전까지 활성화가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NCS 개발을 전 직종으로 확대하고 교육부와의 협업을 통해 교육 현장에 많이 적용하면 일반 기업에서도 많이 활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는 채용 단계뿐 아니라 인사, 승진, 경력개발 등에도 NCS를 활용할 수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NCS를 빨리 정비ㆍ보급해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대기업, 중소기업과 협력을 해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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