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고] ‘화순(和順)’, 한국의 볼로냐를 꿈꾼다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김영균]


김창호(바리오화순 대표)

[기고] ‘화순(和順)’, 한국의 볼로냐를 꿈꾼다
AD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한 시간 남짓 가면 ‘볼로냐’ 라는 도시가 있다. 이탈리아의 관광지이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좀 생소한 도시인 볼로냐는 1088년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학이 설립된 교육도시이자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서도 식도락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의 조그만 도시이다.

로마나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처럼 잘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볼로냐는 이탈리아에서 이미 특별한 도시다. 아니 그 곳에서 비행기로 10시간 넘는 거리에 떨어져 살고 있는 나도 관심이 있으니 볼로냐의 특별함은 단지 이탈리아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볼로냐는 이미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유럽과 전 자본주의 국가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에 비해 2배가 넘는 임금, 3%대의 낮은 실업률의 볼로냐는 유럽 내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상위 5개 지역 중의 하나다.

비단 경제적인 차원을 넘어서 볼로냐는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5대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이 인구 40만의 이 도시를 이런 수준으로 끌어올렸을까? 그것은 바로 볼로냐 지역 경제의 45%를 차지하는 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다.


실제로 볼로냐 사람들의 삶은 협동조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홈플러스나 이마트같은 대형마트도 ‘이페르콥’이라는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볼로냐 사람들은 장보러 가는 것을 ‘콥(cooperaiva, 협동조합)간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페르콥’은 큰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형마트와 중소상인들의 상권 침해 여부를 놓고 종종 갈등을 빚지만 오히려 이페르콥은 중소상인과 생산자가 연 매출 2조4000억원의 대형마트를 함께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다.


가격 폭락에 대비하고 유통과정에서의 비정상적인 마진율을 낮춰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까지 모두가 만족하게 만든 농민협동조합 ‘코메타’ 역시 한 사람당 출자금은 37만원이지만 지금은 연 160억원(2010년)의 매출을 올리는 규모로 발전했다.


낙농협동조합의 자회사 ‘그라나롤로’는 소의 사육과 우유의 생산과정의 신뢰도를 높여 이탈리아 우유업계 1위, 요구르트 업계 2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단 생산과 유통분야뿐 아니라 이 곳 사람들은 주택도 ‘콥안살로니’라는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구입한다. 콥안살로니가 생긴 이후 전체의 85%가 집을 가지게 되어 부자만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적어도 볼로냐에서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무엇이 볼로냐를 협동조합이라는 훌륭한 사회적 기업의 산실로 만들었을까? 먼저 볼로냐의 독특한 사회역사적 배경을 들 수 있다. 다른 나라나 도시 국가들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군주제도 공화제도 아닌 시민자치제에 가까운 형태로 도시가 유지되었다.


당연히 왕족이나 귀족이 존재하지 않았고, 수직적 인간관계보다는 수평적인 관계가 이곳 사람들에게 훨씬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혼자서 못하는 일을 여러 사람이 함께 함으로써 성공하는 오래된 볼로냐의 전통은 이곳에서 협동조합운동을 융성하게 발전시켰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실험인 협동조합운동에서 훌륭한 성과를 만든 볼로냐를 주목하고 있다.


경제에는 영 문외한인 나조차도 볼로냐의 성과는 매력적이다. 그것은 지역민에 기반을 둔 공동발전을 지향하고자 설립한 ‘바리오화순’이 추구하는 목표와도 부합되고 나아가 보다 나은 ‘화순’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볼로냐 사람들처럼 우리 화순 사람들도 전통적으로 ‘함께 어울려서 일하는 것’에 익숙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훌륭한 지혜를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았다. 이제 선조들이 주신 그 지혜를 잘 사용해야 하는 시기이며, ‘한 사람만으로 도저히 못하는 일을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헤쳐 나가는 협동의 정신’이 더욱 절실한 때이다.


이제는 우리 화순도 ‘협동조합’을 활성화시켜 젊은이들이 돌아오는 화순, 작지만 여유로움이 넘쳐나는 화순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왜냐하면 21세기 자본주의의 발전의 동력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손 내밀어 기꺼이 협력하고 나누는 것에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고향 화순이 우리나라에서 그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