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중고차 시장에서 차량 크기와 감가율은 일반적으로 비례한다. 경차의 감가율이 가장 낮고 대형차의 감가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차량이 커질 수록 초기 구매 비용이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인식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SUV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중고차 감가율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5일 SK엔카 등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2010년식 국산 SUV와 경차의 감가율을 비교한 결과 기아 스포티지R, 쏘렌토 R, 모하비가 뉴 모닝보다 더 낮은 감가율을 기록했다.
스포티지R 디젤 2WD TLX 최고급형은 SUV 중 가장 낮은 감가율인 16.39%를 기록했다. 이어 쏘렌토 R 디젤 2.0 2WD TLX 최고급형(19.74%)과 모하비 4WD KV300 최고급형(21.82%)이 순위에 오르며 경차인 뉴모닝 LX 고급형 블랙프리미엄(22.47%)보다 낮은 감가율을 보여줬다.
스포티지R과 쏘렌토 R은 신차에서 판매 대수가 많아 중고차 시장에 공급이 많이 되는 모델이다. 올해 1분기 SK엔카 홈페이지에 두 모델이 싼타페 CM에 이어 나란히 SUV 최다 등록대수 2, 3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또한 공급만큼 수요도 많아 가장 빨리 팔리는 매물 순위에도 항상 이름을 올린다. 중고차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활발해 회전율이 빠른 만큼 감가율이 낮은 것이다.
반면 모하비는 공급은 적은 편이지만 그에 비해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시세가 떨어지지 않아 감가율이 낮다. 대형 SUV 대표모델로 소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모하비는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뛰어난 주행성능과 정통 SUV다운 강인하고 묵직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대체할만한 모델이 없다는 점에서 그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SUV 모델 중 최다 등록대수를 기록한 현대 싼타페 CM은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2WD(2.0 e-VGT) MLX 럭셔리 등급의 감가율이 30.35%로 나타나 SUV의 평균 감가율(29.72%)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싼타페 CM은 후속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SUV 중 가장 높은 감가율을 기록한 차량은 쌍용 슈퍼 렉스턴 4WD RX6 최고급형으로 대상차량 중 유일하게 40% 이상의 감가율을 기록했다. 르노삼성 QM5 디젤 2WD LE 플러스(38.27%) 역시 슈퍼 렉스턴의 뒤를 이어 높은 감가율을 기록했다. 두 차량은 등록대수에서도 대상 차량들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해 브랜드와 차량 선호도, 인지도 등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이는 과거 세단 위주의 과시용 소비에서 개인의 이용 목적에 따른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자동차 구매로 소비성향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각 제조사 역시 SUV를 ‘도심용’에 적합하도록 주행 성능과 승차감을 개선하고 디자인은 실용성과 세련됨이 조화를 이루도록 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여가를 캠핑이나 레저 스포츠 등 야외 활동으로 즐기려는 라이프 스타일이 대두되면서 SUV의 실용성이 부각돼 그 인기에 불을 지폈다.
SK엔카 종합기획본부 정인국 본부장은 “최근 SUV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경차보다 좋은 감가율을 보이는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브랜드나 모델에 대한 선호도, 인지도 외에도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과 자동차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감가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