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 - 5장 저수지에서 만난 여인 (83)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 - 5장 저수지에서 만난 여인 (83)
AD



저수지의 반짝거리는 물비늘이 사금파리를 뿌려놓은 것처럼 하림더러 어서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어느새 하림의 마음은 다시 이른 봄빛처럼 환하게 밝아졌다.

겨우내 얼어붙어있던 흔적처럼 응달 쪽 가장자리엔 아직 얼음이 얼어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녹아서 푸른 잔물결 위에 눈부신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다. 밑둥지가 물에 잠긴 버드나무 사이로 물오리들이 떼를 지어 헤엄을 치고 있는 게 보였다. 화실에서도 들리던 꽥꽥거리던 소리는 그놈들이 지르던 소리였다. 미끄러지듯 물 위에 긴 자취를 남기며 헤엄치던 물오리 몇 놈이 하림의 기척 소리를 듣고 제풀에 놀라 푸드덕 날개 짓을 치며 날아올랐다.


꽈악....! 꽈악....!
물오리가 지르는 긴 울음소리가 푸른 하늘에 돌팔매질이라도 하듯, 정적을 깨뜨렸다. 날개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며 작은 물보라를 만들었다. 놀라서 날아오르는 오리를 보자 하림은 공연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이었을 뿐 하림은 마치 처음 온 정복자처럼 작대기를 질질 끌며 저수지 가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갔다.

하림은 들고 있던 작대기로 마른 풀과 나무를 툭툭 쳤다. 이제 곧 이 풀과 나무에도 물이 오르고 새싹이 돋아 나오리라. 생각하면 생명이란 얼마나 신비한 것인가. 생명이 있으니 죽음이란 것도 있고, 생명이 없으면 또한 죽음이란 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이란 게 없다면 부활이라는 말도, 영생이라는 말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이란 어떻게 보자면 생명의 또 다른 형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쓸모없는 생각을 하며 얼마쯤 걸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물오리 울음소리 사이로 우루루 쾅쾅, 하는 이런 골짜기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낯선 소리가 정적을 깨뜨리며 들려왔다. 그 소리는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몰려온 적군의 탱크소리처럼 난폭했고, 거침이 없었다.


무슨 소린가....?
하림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저수지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소리같았다. 누군가 돌을 깨거나 산을 뭉개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자 하림은 직감적으로 그게 아까 사내 둘이 이야기했던 송사장인가 뭔가 하는 작자가 꾸미고 있다는 콘돈가 뭔가 하는 위락 단지 조성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소리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르렁....! 크르릉.....!
산이 무너지는 소리에 이어 가래 끓는 소리처럼 포크레인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렸다. 그 소리는 하림의 가슴에 뭔가 모르게 일말의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하림의 머리 속에 다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콘도와 기도원.....


하나는 지극히 세속적인 냄새를 풍기는 단어였고, 다른 하나는 지극히 비세속적인 냄새를 풍기는 단어였다. 그리고 지금 그 지극히 세속적인 단어와 지극히 비세속적인 단어가 지금 이 아름다운 저수지와 계곡에서 어울리지 않게 조우를 하려 하고 있었다.


문득 그 단어 뒤에 숨어있을 전도사라는 이층집 영감 딸과 송사장이란 사내도 떠올랐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분명히 서로 다른 욕망을 지닌 채 이 골짜기로 흘러와 이마를 맞대고 있을 터였다. 그러자 하림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 저 밑바닥에서 이상하게 침샘처럼 괴어오르는 호기심 같은 것을 느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