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 재선 의원들이 세력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사이를 파고드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3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18대 국회에서 '선진과 통합' 회원으로 활동했던 의원들과 조만간 뭉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진과 통합은 18대 국회에서 친이계 중에서도 친이상득계 의원들이 주로 참여했고, 27명 중 19대 국회에 9명이 살아남았다. 모임의 명칭도 변경하고, 계파를 초월한 새 회원도 영입해 사회 각 분야 현안에 대해 두루 목소리를 낼 방침이다.
당직자 중에는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과 이철우 원내수석부대표, 친박(親朴ㆍ친박근혜)계에서 김태원·유일호·유재중·이학재·조원진 의원, 친이(친이명박)계로는 강석호·권성동·김희정·정문헌 의원, 비박(非朴ㆍ비박근혜)계는 김학용·안효대·여상규·이명수·홍일표 의원이 모임에 동참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소장파 성향의 '민본21' 출신 의원들도 최근 한 차례 연기 끝에 지난 22일 경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ㆍ신성범ㆍ황영철ㆍ박민식 의원 등은 비공개 회동을 갖고 당내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함께 움직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친이계와 소장파 출신 재선 의원들의 공통점은 친박 일색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점이다. 일단 정권을 다시 잡고 보자며 대선 국면에서 긴급 봉합된 상처가 다시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국무위원 인선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관계 설정 방식에 대한 앙금이 쌓였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선 의원들이 나서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초선 의원들의 침묵이다. 초선이 움직이지 않으니 재선 의원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본21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초선들에겐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해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며 "모임을 꾸리려 하면 '조직을 만든다'는 눈총을 받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을 받아 친박 일색으로 구성된 태생적 한계도 존재한다.
재선이라는 당내 지위도 이 같은 움직임을 가속화한다. 국회 상임위의 간사에서부터 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재선 의원의 역할은 다양하다. 원내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야만 당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마의 고지'라 불리는 3선의 고비를 넘기 위한 준비운동으로도 볼 수 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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