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유통혁신이 미래다]유통 단계 축소로 가격 내린 현장 가보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1초

(하)로컬푸드, 어민 점포 소비자 3단계로 축소..가격 20% 저렴

[유통혁신이 미래다]유통 단계 축소로 가격 내린 현장 가보니 ▲지난 24일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김상민 이마트 수산물 바이어가 현지 중거래인과 함께 고등어 매입 가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AD

[부산=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지난 24일 새벽 5시 30분, 국내 최대 규모의 산지 어시장인 부산 남항의 부산공동어시장에 들어서자 위판장 바닥에는 간밤에 잡아올린 숭어, 가자미, 돔, 방어 등이 담긴 상자가 늘어서 있었다. 평소 같으면 위판장 끝이 보 이지 않을 정도로 생선이 가득 차지만 이날 어획량은 평소의 1/10수준에 불과했다. 전날 몰아닥친 강풍에 선박들이 일찍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탓이다. 6시가 되자 경매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땡땡땡! 자, 3만원부터 경매 들어갑니다." 경매사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경매 시작가를 알렸다. 10분도 채 안 돼 가격은 첫 시작가의 두 배를 넘어섰다. 3만원, 4만원, 5만 원…. 경매사의 손놀림이 춤추듯 빨라지자 김상민 이마트 신선식품담당 수산물바이어의 입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이렇게 어획량이 급감하는 날이면 물량잡기가 대간치 않을 뿐더러 가격도 2~3배씩 뛰기 때문이다.

가장 걱정이 됐던 것은 고등어. 산란기를 맞은 고등어의 어족보호 차원에서 다음날부터 한달간 어획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날씨마저 궂어 고등어양이 많지 않았다. 다행히 김 바이어가 전날 기상악화로 조업이 어려울 것을 예상, 미리 물량을 확보해놓았던 터라 마트 판매가는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일 경매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날 이마트가 구입한 생선은 부산 토종어인 눈볼대와 고등어. 눈볼대는 80미에 12만원, 고등어는 20미 기준 5만6000원에 낙찰됐다. 3~4일전보다 가격이 2~3배나 급등한 수준이다.

김 바이어는 "수산물은 전날 조업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폭이 크다"며 "산지 가격 등락에 따른 충격을 최종소비자들에게 최소화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수산물 유통경로는 어민->중간수집상->도매상->중도매인->대형마트 물류센터->점포->소비자 등 6~7단계를 거친다. 이날처럼 고기가 덜 잡히는 날이면 산지에서부터 2~3배씩 껑충 뛰어 최종소비자에게는 4~5배가량 높은 가격에 팔린다. 한 마리에 1000원인 고등어가 서울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팔리는 것은 이러한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러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유통단계에 대대적인 변혁을 줬다. 로컬푸드가 바로 그것. 로컬푸드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로 기획, 전날 혹은 당일 새벽에 수확한 제품을 곧장 인근 매장에서 판매하는 유통구조다. 이마트의 로컬푸드 유통단계는 이렇다.

[유통혁신이 미래다]유통 단계 축소로 가격 내린 현장 가보니 ▲24일 오전 10시반, 이마트 해운대점에 도착하니 이마트 수산물코너 직원은 당일 새벽 경매로 산 눈볼대와 고등어를 먹음직스럽게 올려놓았다. 이마트 측은 당일 경매해 당일 판매하는 '부산공동어시장 직송전'을 통해 일반 소매점보다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수산물바이어가 매일 새벽 부산공동어시장을 찾아 중거래인과 함께 직접 수산물을 매입한다. 이렇게 당일 아침 구입한 수산물은 부산 내 9개 이마트 매장으로 곧장 보내진다. 6~7단계를 거친다면 매단계마다 스티로폼 상자에 얼음을 꽉꽉 채워 보내야하지만 로컬푸드는 이 단계마저도 생략된다.


"산지직송된 수산물은 기존 6~7단계를 거치는 기존 유통단계가 어민->점포->소비자의 3단계로 대폭 축소된 터라 최종소비자 가격이 일반 소매점보다 20%가량 저렴합니다. 게다가 스티로폼 한 박스당 가격이 2800원~4000원 수준인데 로컬푸드는 어시장에서 생선을 스티로폼에 다시 담는 작업을 생략하고 바로 차에 싣기 때문에 부차적인 비용도 빠지게 되죠."


김 바이어의 설명이다. 이렇게 구입한 생선은 차곡차곡 차에 실려 총 6대 차량을 통해 부산 내 9개 매장에 전달된다.


오전 10시반. 이마트 해운대점에 도착하니 수산물코너 직원이 아침 경매로 산 눈볼대와 고등어를 먹음직스럽게 올려놓고 있었다. 생고등어(중) 2마리 2900원, 생눈볼대(소)1980원 등 그날 시세와 평소 가격대에 맞춰 금액이 산정됐다. 아침에 마리당 2800원에 사온 고등어(대)는 소비자에게 3580원에 팔렸다. 6단계를 거치는 인근 소매점에서는 4000원~4980원에 판매됐다.


오전 11시께가 되니 첫 손님이 찾아 눈볼대 5마리를 사갔다. 주부 박모(50)씨는 "다른 판매점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바로 오늘 잡은 거라 싱싱하다"며 "점심에 튀겨 먹을 생산을 사려고 일부러 이마트 수산물 직송코너를 찾아왔다.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로컬푸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들도 원거리 물류비, 경매수수료 등의 비용이 절감돼 10~20% 이상의 추가수익이 발생한다"며 "새벽 산지에서 직접 경매받아 점포로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통해 올해에만 250억원 가량을 매입하고 내년에는 350억원 가량으로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부산=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