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봉천 12-2구역, 임대·분양 ‘한지붕 두가족’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재개발 아파트에 임대와 분양주택을 한 동에 함께 섞는 '소셜믹스(Social Mix)'가 본격화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재건축과 임대주택 단지에 소셜믹스를 적용하는 가운데 재개발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기 시작,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2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관악구 봉천 12-2구역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변경지정안을 고시했다. 이로써 봉천동 1553-1일대 8만978㎡에는 임대주택 256가구를 포함, 공동주택 1649가구가 용적률 250%를 적용받아 건립된다.
당초 조합은 임대 219가구를 포함한 1249가구를 짓기로 했다. 이 계획안에는 ▲120㎡ 137가구 ▲149㎡ 102가구 등 중대형 물량이 239가구 포함돼 있었다. 조합은 이 계획을 변경, 85㎡ 초과분을 기존 물량의 3분의1 수준인 88가구로 낮췄다. 또 임대주택 확대 등으로 용적률 20%를 추가로 얻고 중대형 대신 60㎡ 이하 소형 물량을 늘려 총 주택수를 400여가구 늘렸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정비계획 수립과정에서 서울시의 '소셜믹스' 정책이 적영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도시계획위원회심의에서 연거푸 안건이 보류된 후 조합이 내부 의견을 거쳐 소셜믹스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특히 임대와 분양이 섞인 혼합동을 3개동 만들고 이중 1개동은 사업지 한가운데로 옮기기도 했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혼합단지에서는 역세권이나 복지시설 인접지역 등 입지가 우수한 곳에 임대주택을 우선 배치하라는 서울시의 요구가 반영된 셈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는 출입구, 주차장, 커뮤니티시설 등 세밀한 부분까지 차별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임대물량을 늘리면서 조합은 주택 크기를 다양화했다. 임대분 219가구를 모두 30㎡로 계획했지만 1인 가구도 거주하기 힘들다는 서울시의 지적에 따라 ▲40㎡이하 110가구 ▲40㎡초과~50㎡이하 106가구 ▲50㎡초과~60㎡이하 40가구로 면적대를 다양화했다. 분양시장 침체로 자칫 사업성이 악화될 경우 조합원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평형대를 조정하고 서울시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사업속도를 높이기로 했다는게 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앞서 서울시가 소셜믹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개포동 주공아파트나 박원순식 소셜믹스 1호 아파트로 꼽힌 구로구 천왕동 천왕2지구와도 차이를 보인다. 1600여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데다 건물 정비에 초점을 맞춘 재건축과 달리 기반시설 정비는 물론 인근 정비사업지의 연동까지 고려해야하는 재개발인 이유에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규모 재개발 과정에서 처음으로 소셜믹스를 도입하는 만큼 조합과 분양자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만들 것"이라며 "봉천 구역을 기점으로 다른 정비사업지도 계층없는 아파트 조성에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