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처음 준결승 대진이 완성됐을 당시, 사상 최초 '엘 클라시코' 결승전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간의 결승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물론 이 역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도르트문트가 24일(이하 한국시간) BVB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1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4-1 대승을 거뒀다. 하루 전 열린 또 다른 준결승전에선 바이에른 뮌헨이 바르셀로나를 안방에서 4-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두 팀은 일주일 뒤 열리는 2차전 원정에서 대패하지만 않는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다.
▲사상 첫 분데스리가 클럽 간 결승전 '눈앞'
1955년 UEFA챔피언스리그가 출범한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이 결승에 오른 횟수는 총 15회. 이 가운데 우승은 여섯 번 있었다. 뮌헨이 네 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도르트문트와 함부르크도 각각 한 번씩 유럽 정상에 올랐다. 그럼에도 아직 독일 팀끼리 결승에서 맞붙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물론 1996-97시즌까진 제도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때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는 각국 리그 우승팀과 전 대회 우승팀만이 참가자격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7-98시즌부터 UEFA리그 랭킹에 따라 리그 2위팀에도 출전권이 주어졌고, 1999-2000시즌부터는 상위 3개 리그에 4장까지 출전권이 분배됐다. 이에 따라 한 리그에서 결승전을 독식하는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첫 테이프는 스페인이 끊었다. 1999-2000시즌 결승전에선 레알 마드리드가 발렌시아를 만나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3년 뒤엔 이탈리아 AC밀란이 유벤투스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6번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7-08시즌 결승에서 첼시를 승부차기로 꺾고 챔피언이 됐다.
반면 독일은 아직 결승전을 독식해보지 못했다. 1997-98시즌 이후부터 한동안 잉글랜드(우승 4회·준우승 5회), 스페인 (우승 6회·준우승 2회), 이탈리아(우승 3회·준우승 3회) 클럽들이 초강세를 띈 탓이었다. 같은 기간 독일은 우승 1회, 준우승 4회에 그쳤다.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모두 꺾었다
이번은 다르다. 뮌헨은 16강전부터 아스날, 유벤투스를 차례로 꺾은데 이어, 이번엔 바르셀로나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결승에 오를 경우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클럽을 모두 물리치게 된다.
아울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두 번째로 1996년 챔피언스리그 확대 개편된 뒤 4년 간 세 차례 결승전에 오른 팀이 된다. 뮌헨은 현재 자국리그 우승을 확정지었고, DFB포칼컵(FA컵)도 결승에 올라있어 독일 클럽 최초의 트레블(3관왕)도 가능하다.
도르트문트는 이번 대회 유일의 무패(6승4무) 가도를 달리고 있는 팀. '죽음의 D조'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16강에 올랐고, 8강에서 말라가를 잡았다. 준결승에선 또 한 번 레알 마드리드를 침몰시키기 직전이다. 결승진출은 우승을 차지했던 1996-97시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올 시즌 자국리그 우승을 뮌헨에 내준 터여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갈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다음달 25일 결승전은 영국의 '축구 성지'라 불리는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열린다. 잉글랜드와 치열한 라이벌 관계인 독일로선 상대 안방에서 축제를 열수 있는 셈이다.
한편 사상 첫 준결승전 4골을 터뜨린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대회 10골)은 1993-94시즌 윈턴 루퍼(베르더 브레멘) 이후 19년 만의 독일 클럽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도 도전한다. 현재 대회 득점 선두는 12골을 넣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결승 진출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산이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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