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앞치마를 두른 남자 호프집 종업원이 골뱅이 무침을 식탁 위에 올려놓는 찰나, 그의 둔부 뒤로 벽의 오목한 모서리 근처를 지나가는 아주 큰 놈을 보았다. 마치 방금 비행을 끝내고 내려앉은 것처럼 갑각의 한 귀퉁이로 엷은 속날개가 나와 있는 녀석은 동료들이 앉은 의자 쪽으로 거칠게 기어오고 있었다. 식당에서 바퀴벌레라니…. 앞에 앉은 후배에게 얘기를 할까 하다가 지금 녀석을 죽이면 모두의 기분이 언짢아질 것 같아서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2. 어디로 기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선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왼쪽에 앉은 선배 뒤에서 놈이 불쑥 튀어나왔다. 냉장고 모서리를 타려고 몸을 세우고 있었다. 겨우 몸을 세우는가 싶더니 그만 뒤집어지고 말았다. 선배는 나에 관해 뭔가 칭찬하고 있었다. 나는 머쓱해 하는 와중에도 놈을 보고 있었다. 놈은 다시 몸을 뒤집지 못했다. 여러 개의 발을 허공에 휘저으며 몸을 뒤틀어보았지만 역부족이다. 갑각의 날개까지 열어서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3. 나는 한순간, 놈의 몸을 뒤집어주고 싶었다. 한 번 받은 목숨인데 살고 싶지 않겠는가. 냉장고 모서리 따위에서 무너져 이렇게 생이 뒤집어지고 말 수는 없지 않은가.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달려가는 놈이라도 때려잡는 게 정상적인 행동 같은데.
#4. 그때 선배가 잠시 말을 끊더니 의자를 젖히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갔다. 본능적으로 선배가 지나간 자리를 살폈다. 아! 놈은 구두의 어디엔가에 눌린 듯 중간 부위가 납작해졌다. 갑자기 내 마음이 진저리를 쳤다. 혹시나 하고 간절한 기분이 되어 놈을 지켜보았으나 납작한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5. 다시 놈에게 눈이 갔을 때 왼쪽 다리 하나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레슬링을 하는 선수가 팔뚝으로 바닥을 탁탁 치는 것처럼 드러누운 채 다리를 밀어젖혔다. 처음에는 아주 느리더니 조금씩 빨라졌다. 다른 몸은 모두 마비되었는지 오직 그것만 움직였다. 아주 잠깐, 눌린 육체의 전신이 움직였다. 그리고는 왼 다리의 움직임이 가늘어졌다. 아주 천천히 땅을 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뒤 정적처럼 고요해졌다. 뭔가, 중요한 것이 사라진 듯, 소주잔 속이 멀게졌다. 젓가락으로 말린 시사모를 집어들며, 울컥 밀려오는 슬픔을 느꼈다.
<이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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