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기관들 "경영진 책임 묻겠다"
트러스톤운용 "업계에 경종 울리겠다"
2대주주 국민연금 행보 주목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소위 만도 사태가 '제2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기관 투자자들이 합심해 임시주총 소집을 준비하고 있다. 논란을 빚은 유상증자 건에 관해 만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3%에 육박하는 만도 의결권 주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상법상 의결권 주식 3% 이상을 지닌 주주는 회사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트러스톤운용 고위관계자는 "한라건설 유증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며 "임시주총에서 만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 업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만도가 마이스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한라건설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래가 불투명한 건설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비슷한 투자 행태를 보이다 법정관리를 맞은 웅진홀딩스 사례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특히 만도가 유증 발표 직전까지 참여 가능성을 부인했다는 데 기관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트러스톤운용은 자체 보유한 만도 의결권주식 32만1586주(지분 1.77%)에 더해 다른 기관의 의결권 주식을 계속 위임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만도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해 우리가 가진 의결권을 전량 트러스톤운용에게 위임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기준 만도 지분을 보유한 기관은 미래에셋운용 1.89%, 트러스톤운용 1.77%, 삼성운용 1.31%, 이스트스프링운용 0.88%, 하나UBS운용 0.60% 등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선 국민연금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지켜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만도 주식 176만주(지분율 9.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해 만도의 한라공조 인수 시도 때 힘을 실어줬던 국민연금은 이번 유증 발표에 불쾌감을 표현한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선 만도가 한라건설 유증 참여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만도는 지난달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했는데, 이 때 이미 한라건설 유증 참여를 전제로 자금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만도는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원을 출자하는 형태로 한라건설 유증에 참여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만도의 현금성자산은 2145억원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증 참여로 만도의 현금성자산은 대부분 소진됐다"며 "정황상 만도가 유증 참여 전에 필요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만도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까지 사흘간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배경과 만도의 경영현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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