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개통열차 운행했던 38년 베테랑, 지구둘레 75바퀴 돈 거리…서울역 플랫폼서 축하행사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114년 철도역사상 첫 ‘무사고운전 300만㎞’의 기록을 세운 KTX 기장이 나와 화제다.
주인공은 코레일 서울본부 서울고속철도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박병덕(58)씨. 2004년 KTX 개통 때 첫 열차를 운행해 유명세를 탄 철도인으로 지난 9년간 KTX와 함께 쉼없이 달려온 고속철도역사의 산증인이다.
박 기장은 16일 행신역에서 오후 2시15분에 떠나는 경부선 KTX 제307열차를 운전, 수색역 부근에서 300만㎞ 무사고운전기록을 세웠다. 300만㎞는 지구둘레(4만㎞)를 75바퀴 돈 것과 맞먹는 거리로 서울~부산간(423.8㎞)을 KTX로 3539회 오간 셈이다.
‘300만㎞ 무사고기록’은 매달 9000㎞씩 27년간 아무 일없이 운전해야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모든 기관사들의 꿈이다. 정년(58)까지 철길만 바라보고 성실하게 일해야 이룰 수 있는 결실이어서 더욱 값지다는 게 동료기관사들의 설명이다.
정년을 2개월 앞둔 그는 “무사고운행기록은 동료들이 만든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어릴 때부터 증기기관차가 다닐 때마다 쫓아 뛰어갈 만큼 기차를 좋아했던 그는 20살 되던 1975년 부기관사로 대전기관차승무사업소에 발령 받아 열차를 몰았다. 이어 1984년에 기관사로 승진했고 2003년엔 KTX기장으로 뽑혔다. 일반열차로 10만㎞ 무사고 운전경력이 있어야 KTX기장이 될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KTX기장 3명이 250만㎞ 무사고운행 중이어서 2019년께 두 번째 300만㎞ 무사고기록이 나올 것으로 코레일은 내다봤다.
그는 “어릴 때 집이 대전역 부근에 있어 증기기관차를 많이 보면서 기차와 친근감을 가졌다”며 “친구가 기관사시험을 보러가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고 철도입문동기를 들려줬다.
박 기장은 “열차기관사는 늘 주변을 살피고 문제가 생기면 본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후배들에게 충고의 말도 전했다.
한편 코레일은 이날 오후 서울역 플랫폼에서 박 기장의 ‘무사고운전 300만㎞’ 축하행사를 가졌다. 박 기장 부인 송미경씨 등 가족, 정창영 코레일 사장과 동료기관사들이 꽃 화환을 목에 걸어주며 환영했다. 정 사장은 박 기장으로부터 ‘무사고 300만㎞ 돌파’ 신고를 받고 사장 표창과 포상금(1000만원)도 줬다.
정 사장은 축사에서 “코레일의 자랑인 박병덕 기장이야 말로 열차의 최전방에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대장정을 달려온 철도안전의 진정한 파수꾼”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박 기장의 ‘운전무사고 300만km’ 대기록은 고객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코레일의 경영핵심가치를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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