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중견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은 시장을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무분별한 상호 비방은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페인트업계 라이벌인 KCC와 삼화페인트는 건축용 내화 페인트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두 회사가 하루 차이로 ‘3시간 내화페인트’ 개발 사실을 잇따라 발표하며 서로 '국내 최초'를 주장한 것이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삼화페인트다. 사측은 지난 1일 국내 최초로 3시간 내화페인트 ‘플레임체크 EXP-100’을 개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KCC도 보와 기둥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국내 최초 3시간 내화도료 ‘화이어마스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KCC 관계자는 "대부분 발주처에선 보와 기둥에 동시에 쓸 수 있는 내화구조 자재를 쓰는데 삼화 제품은 기둥 인증을 받지 못한 반쪽"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화 관계자는 "보와 기둥의 도막 두께와 관련한 인증 기준이 다르다"며 "같은 인증 기준이라면 우리도 동시에 인증 받았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러한 신경전은 최근 각종 폭발사고가 잇따르면서 내화구조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내화페인트 시장은 700억~800억원 규모로 2010년 300억~400억원대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 각 기업이 제품 개발에 공들인 결과 이 같은 일이 우연찮게 벌어진 것.
상대방 기업에 대한 근거없는 흑색선전으로 업계를 흐린 경우도 있다. 보일러 업계 라이벌의 '국가대표' 논란이 그렇다.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동나비엔은 광고와 홈페이지, 제품 브로셔 등에 '국가대표', '국내 1위 보일러' 등의 표현을 썼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귀뚜라미보일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ㆍ과장광고' 혐의로 경동나비엔을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경동나비엔의 '국가대표' 문구 사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경동나비엔이 국내 보일러매출 1위를 기록한 것. 수출실적 역시 1위임을 감안하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보일러업체가 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1위'라는 표현이 허위인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의 데이터를 모아 비교했다"며 "2011년은 경동나비엔이 1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귀뚜라미 입장에선 혹하나 더 붙인 꼴이 됐다. 1위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것을 스스로 알리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흑색선전으로 업계를 진흙탕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위를 따질 여력이 있으면 좋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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