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금융위기 이후 바닥으로부터 벗어나 상승세를 타던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 인터넷판은 부동산 업체 트루리아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3월 미 일반 주택 임대료가 연간기준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최근 보도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주택을 대량 매입한 일부 도시에서는 주택 임대 공급이 늘어 임대료가 하락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임대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뤄 임대료가 정체되고 대형 기관투자가 대신 개인의 임대용 주택 구매가 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올해 들어 지금까지 임대료가 1.9% 하락했다. 인근 오렌지카운티는 0.7% 떨어졌다. 라스베이거스는 1.9% 내렸다.
경매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기관투자가가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인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임대료도 상승세가 멈추거나 약 1%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아파트만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2.9% 상승했다. 기존 전통 주택 대신 아파트에 대한 임대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주택 임대 사업에 나선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서민들에게는 긍정적이다. 주택 압류로 임차인 신세가 된 이들에게 임대료 상승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주택 시장이 정상화하는 단계로 평가되기도 한다. 주택시장을 떠받쳐온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줄고 개인의 참여가 늘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트루리아의 제드 콜코 애널리스트는 "2005년 이후 2012년까지 400만호가 임대됐다"며 "이제 임대 수요가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 와중에서 압류된 주택을 사들여 시장 회생에 한몫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등지면 주택 가격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이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미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경기 회복에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았던만큼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도 분석도 있다. 대형 기관투자가 외에 개인 투자자도 주택을 여러 채 사들인 경우가 많아 완충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피닉스에서 주택을 5채 이상 구입한 투자자는 전체 주택 구입자 가운데 26%였다. 애틀랜타와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전체 주택의 24%, 22%를 개인이 사들였다. 기관투자가의 주택 매수 의지가 꺾여도 개인의 주택 매수세가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떠나도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되레 세입자들에게 주거 문제를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풀이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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