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감사원이 국세청에 직격탄을 날렸다.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들의 편법적인 부(富)의 대불림이 여전한데 국세청이 이들 기업에 과세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감사원의 지적에 어느정도 공감하면서도 법상 미비점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이다. 국세청은 감사원이 상급 기관이라 외부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다.
감사원은 10일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실태' 감사결과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들의 편법적인 부의 이전은 여전하다"며 "2003년 1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돼 과세 근거가 마련됐는데도 국세청이 그동안 사실 조사도 안 하고 증여세를 제대로 부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국세청에 증여세 과세를 요구한 기업은 삼성, 현대, SK 등 9개 대기업, 22건에 이른다.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국세청은 '과세 요건을 재검토 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10여 년 전의 일까지 소급해 과세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국세청 내 담당국인 자산과세국이 주관이 돼 감사원의 내용을 검토중이다. 일감몰아주기 부분의 경우 올해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거래분부터 적용대상이어서 2011년 12월 31일 제도 시행 이전의 행위에 대해 과세가 가능한 지 따져볼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 사례에 대한 과세 여부를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 "그 실태와 관련 규정을 면밀히 살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지만 성격상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여세 부과 시효가 15년이어서 이날 감사원에서 지적한 대기업들의 편법증여 과세는 시기적으로 문제는 없다. 현행법상 증여세율은 증여가액에 따라 10~50%로 나뉜다. 과세표준 증여가액이 1억원 이하일 때 세율은 10%, 1억~5억원은 20%, 5억~10억원은 30%, 10억~30억원은 40%, 30억원 초과분은 50%다.
이번에 감사원이 지적한 대기업들의 증여가액은 모두 30억원을 넘어, 국세청이 이들에 증여세를 추징할 경우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된다. 기업들 입장에선 수백억~수천억원의 '세금폭탄'을 맞게될 수도 있다.
다만 국세청은 2003년 말 법 개정 당시 증여가액 산정 등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증여세 과세가 쉽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물리기로 한 건 그 이전의 법 제도가 미비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들 때문에 오는 7월부터 실시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은 개별 과세 기준을 제시해 놓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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