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25년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비맥주와 젭센그룹이 서로 믿고 존중했기 때문에 '블루걸(BLUE GIRL)'이 홍콩에서 최고의 고급 프리미엄 맥주가 될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박철수 오비맥주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지난 4일 홍콩 노스포인트 하버그랜드 홍콩호텔에서 현지 판매사인 젭센그룹(JEBSEN GROUP)과 가진 '블루걸 수출 25주년 기념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블루걸은 오비맥주가 지난 1988년부터 젭센그룹과 계약을 맺고 제조업자설계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는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다. 19세기에 처음 독일에서 만들어 졌으며 1906년 젭센그룹을 통해 중국 청도에 수입ㆍ판매돼 지금의 홍콩의 제 1위의 맥주가 됐다. 1988년부터 오비맥주와 파트너십을 맺어 2012년까지 블루걸 맥주 소비량이 약 17배 상승, 지금까지 1위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좋은 품질의 맥주를 제공, 젭슨 그룹이 홍콩 시장 내 마케팅과 영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고 있다.
마이클 글로버 (Michael Glover) 젭센그룹 음료사업부문 대표이사는 "오비맥주의 우수한 양조기술력과 홍콩인의 미각을 충족시킨 탄탄한 제품력, 제조사와 판매사간 원활한 협업이 홍콩 맥주시장 1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블루걸'은 한국에선 낯선 이름이지만 홍콩에선 '최고의 맥주 브랜드'로 통한다. 일반 대중맥주들에 비해 가격이 50%나 비싼 프리미엄급이지만 단순 판매량만으로도 독보적인 시장점유율 1위다.
젭센에 따르면 '블루걸'은 1988년 수출 첫해만 해도 시장점유율 1~2% 정도의 군소브랜드였으나 2007년 처음으로 '산미구엘(San Miguel)'을 제치고 1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홍콩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위와 격차를 계속 벌려가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2년에는 9월말 현재 22.4%의 점유율(표 참조)로 홍콩 맥주 시장에서 6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2위에 오른 브라질 맥주 '스콜(Skol)'과는 10% 포인트가 넘는 격차다.
판매량이 아닌 판매금액 기준으로 따져보면 점유율은 무려 33.8%에 달한다. 영국과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일본, 중국, 남미 등 세계 각국의 글로벌 맥주브랜드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홍콩시장에서 한국 기술로 만든 국산맥주가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마이클 글로버 사장은 "홍콩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향후 대만과 마카오, 중국 본토 등지로 판로를 확대해 중화권 내 대표적인 프리미엄 맥주로 확고한 입지를 굳혀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판매 계획도 검토 중이다. 박철수 전무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현재 얘기가 진행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맥주 수출의 65%를 차지하며 국내 맥주 수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오비맥주는 홍콩 외에도 일본, 싱가포르, 미국, 몽골 등 전 세계 30개국에 40여 종의 다양한 맥주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연간 수출 물량은 2007년 469만 상자(500ml 20병 기준)에 머물렀으나 2009년 779만 상자, 2012년 1778만 상자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향상으로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해 한국무역협회로부터 '1억 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수출시장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부터 몽골 프리미엄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카스'를 비롯해 'OB골든라거' 등 자체 브랜드 수출도 본격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전무는 "국내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수출된 맥주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우리의 맥주 제조기술력과 품질관리능력을 국제무대에서도 인정하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며 "최근에는 'OB골든라거' 등 기존 브랜드 제품에 대한 해외 반응도 좋아지고 있어 미개척 시장을 대상으로 한 자체 브랜드 수출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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