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 입는 '면접용' 의상 공채시즌 인기 여전
일부 업체선 '취업 성공담·노하우' 공유되기도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 경기 부천시 춘의동에 사는 28세 여성 최모씨는 최근 한 대학교 조교직 면접을 보기 위해 정장을 빌려주는 사무실을 찾았다. 상, 하의 한 벌에 수십만원씩 하는 구입비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기본정장 한 벌과 구두 한 켤레, 귀고리 한 쌍을 빌린 최씨가 이번 면접에서 쓴 비용은 총 4만9000원. 최씨는 "당장의 지갑사정을 고려했을 때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주변에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공개채용시즌을 맞아 면접의상 대여업체가 인기다. 서울·경기권에 위치한 대여업체들은 기본 정장과 셔츠, 블라우스, 신발, 액세서리류 등을 갖춰놓고 5000원~3만원대의 가격으로 각 아이템을 대여한다.
비영리단체 '열린옷장 프로젝트(이하 열린옷장)'의 김소령(41) 공동대표는 "취업시즌이라 하루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700여명에 달한다"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하루 10~20건이 대여되고 있다. 옷 수량은 정해져 있는데 수요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고 밝혔다.
열린옷장은 지난해 7월부터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기증한 정장을 면접용 의상이 필요한 청년구직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고 있다. 한만일(32) 공동대표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태에서 구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열린옷장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잠자고 있는 옷을 활용해 구직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열린옷장에 구비된 옷은 총 300여벌. 대부분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손수 기증한 것이다. 또 바비 브라운, 발렌시아, 더셔츠스튜디오 등 열린옷장의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 후원을 받아 구색을 늘리고 있다.
한 대표는 "옷을 기증하는 선배가 취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취업준비생 역시 합격한 후 자신의 성공담을 또 다시 남긴다"면서 "옷을 매개로 서로의 경험과 이야기가 공유되는 소셜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열린옷장의 공식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매장에는 합격증을 거머쥔 구직자들이 남긴 감사편지들이 빼곡하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손글씨에는 합격의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한 20대 취업준비생은 '1~3차까지 이곳에서 빌린 옷으로 면접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A4종이 한 장을 가득 채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여성 구직자들을 위해 특화된 대여업체도 있다. '더웨이'의 정혜인 대표는 20대 시절 취업을 준비하며 느꼈던 고충을 계기로 3년 전 면접의상 쇼핑몰을 창업했다. 처음엔 판매만 했으나 현재는 대여 서비스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사이즈별로 구비된 재킷과 스커트, 블라우스, 구두를 빌려주고 있다.
정 대표는 "면접 때 어떤 의상을 입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구직자들에겐 큰 숙제"라며 "특히 면접용 정장은 구입한 뒤 평소에는 거의 입지 않기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기엔 아깝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마이스윗인터뷰' 역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태문(32) 대표의 소박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손수 시장을 뛰며 사들인 여성용 재킷과 블라우스, 스커트를 2박3일간 1만5000원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1년 전 우연히 면접의상 때문에 고민하는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